사이렌 Siren (2006)

2010.01.27 11:48

DJUNA 조회 수:3006

감독: Yukihiko Tsutsumi 출연: Yui Ichikawa, Hiroshi Abe, Suzuki Matsuo, Leo Morimoto, Naomi Nishida, Jun Nishiyama 다른 제목: Forbidden Siren

[사이렌]의 원작은 PS2 게임인 [사혼곡 2 - 사이렌]입니다. 하지만 일단 게임이 인기를 끈 후에 제작된 다른 게임 원작 영화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게임과 함께 만들어져 동시에 발표된 모양이더군요. 우리나라에서도 [사혼곡 2 - 사이렌]의 정식발매와 함께 개봉되는 것이고요. 물론 나름대로 인기를 끈 첫 번째 작품이 있었으니 아주 새로운 기획은 아니겠지만요.

영화의 도입부는 꽤 거창합니다. 로아노크 개척자들과 마리 셀레스트호의 실종과 같은 옛날 사건들을 언급하다가 1976년 일본 야미지마 섬에서 전 주민이 실종된 사건을 들이대는 거죠. 그 뒤로 세월은 흘러 2005년. 우리의 주인공 유키는 병약한 동생 히데오와 민속학자 쯤 되어 보이는 아빠 그리고 키우는 개 한 마리와 함께 야미지마 섬을 방문합니다. 당연히 섬 사람들은 은근히 불쾌하고 모두들 가끔 밤에 울린다는 사이렌을 극도로 무서워하고 있지요. 사이렌이 울리던 날 밤, 아빠는 실종되고 유키는 그 뒤로 온갖 괴상한 일들을 겪게 됩니다. 유키가 공포에 질리건 말건, 사이렌은 계속 울리고 결국 세 번째 사이렌이 울리던 날 밤엔...

이런 식으로 계속되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가 게임과 얼마나 많은 내용을 공유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설정만 빌린 것이거나 패키지로 묶인 이야기들 중 하나겠죠. 알고 싶으시다면 더 나은 정보통을 찾아보시길.

제가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그렇게 좋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창의력과 열의가 부족한 심심한 이야기에요. 영화 대부분을 하나의 반전에 의지하고 있는데, 그 반전이라는 게 너무 성의가 없어요. 눈치 빠른 관객들이라면 첫 장면에서 금방 정체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죠. 그러면서 별다른 보조 장치 없이 그 뻔한 트릭을 우직하게 끝까지 밀고 가는 겁니다. 87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영화지만 그래도 영화 내내 고함을 지르고 싶더군요. "바보야, ***는 이미 **잖아! 왜 아직도 그걸 몰라!"

영화가 그 자명하기 그지 없는 미스터리 하나에만 의존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붉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신비스러운 여자나 마을에 부글거리는 좀비 사촌들은 그것만으로는 만족스러운 설명이 어렵죠. 이 해결되지 않는 모호한 분위기를 적당히 이용하면 꽤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냥 우직하기만 해요. 더 나쁜 건 게임에게서 물려받은 것임이 분명한 스토리 텔링이 영화랑 영 안 맞는다는 것입니다. 불 꺼진 방에서 텔레비전을 노려보면서 컨트롤러로 주인공을 조작하며 음습한 저택 구석에서 단서를 찾는 건 썩 재미있는 경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10분마다 한 번씩 노트나 컴퓨터 파일을 발견해 장황한 정보들을 흡수해야 한다면 관객들은 짜증이 나기 마련이죠. 그렇다고 그 정보들이 영화 후반에 제대로 활용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스타일면에서도 영화는 죽을 쑤고 있습니다. 76년 장면의 프롤로그에서 주황색 스머프들처럼 방정맞게 구는 구조대원 아저씨들이 나왔을 때부터 알아봤죠. 한 마디로 영화는 자기만의 스타일도 없고 이 이야기에 맞는 스타일이 무엇인지도 모릅니다. 그냥 열심히 앞으로만 가요. 배터리 버니처럼. [사이렌]에는 공포도, 재미도, 제대로 된 미스터리도 없습니다. 이야기의 가능성만 존재할 뿐이죠. (06/07/07)

★☆

기타등등

[트릭]의 아베 히로시가 도입부에 카메오 출연합니다. 나름 공포에 질린 심각한 연기를 하고 있는데 그냥 웃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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