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Red (2010)

2010.11.02 10:24

DJUNA 조회 수:13340

 

[레드]의 주인공 프랭크 모지스는 막 직장에서 은퇴해 연금수령자의 게으른 세계에 들어왔습니다. 그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로맨스 소설 팬인 연금회사 직원 사라 로스와 전화로 수다 떠는 거죠. 그러던 어느 날, 무시무시하게 무장한 암살자들이 그의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그는 그들을 가볍게 때려잡고 잠재적 표적이 된 사라를 납치한 뒤 옛 직장 동료들을 찾아나섭니다. 네, 그는 은퇴한 CIA 요원이었던 거죠.

 

[레드]의 이야기는 장르 세계에서 공식화된 두 개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고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옆집 또는 우리집 꼰대가 CIA 첩보원이었더라'와 '알고 봤더니 연애 좀 할까 생각 중이던 남자가 스파이였더라'. 이 공식들은 너무 흔해서 심지어 영화 자신도 그 중 하나를 지적하고 있지요. 두 개를 하나로 묶는 건 자주 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없는 건 아닐 겁니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따로 있을 테니까요.

 

이 영화의 진짜 장르는 꼰대 액션입니다. 유명하지만 나이 든 배우들이 모여, 자기네들이 아직 젊은이들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거죠. 80년대엔 특히 이런 영화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최근엔 스탤론의 [익스펜더블]이 있었고요. 하지만 [레드]는 그렇게 '왕년의 용사들' 분위기를 풍기지는 않습니다. [익스펜더블]보다 연령대는 오히려 더 높으면서도 그래요. 그건 브루스 윌리스, 헬렌 미렌, 모건 프리먼, 존 말코비치와 같은 배우들이 지금까지 호흡을 늦추어본 적이 없는 당당한 현역이기 때문이죠. 특히 헬렌 미렌 같은 경우는 오히려 지금이 전성기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요새 나오는 첩보물들이 대부분 그렇듯,  [레드]도 더 이상 적과 아군의 구별이 어려운 난장판을 무대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의 RED (Retired, Extremely Dangerous) 일당들을 사냥하는 쪽은 한 때 동료였던 CIA이고, 그들을 돕는 아군은 러시아 스파이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힘을 합쳐 옛날 영화에서라면 테러리스트나 소련 악당들이 할 법한 짓을 저지릅니다. 이런 이탈에는 악동스러운 재미가 있습니다. 몇몇은 배우의 기존 이미지와 너무 어긋나 신기하고요. 여러분은 지금까지 헬렌 미렌이 악당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면 같은 걸 본 적 없었을 걸요.

 

기성품 공식이 생각없이 마구 엮여 있는 이야기이고, 영화도 대사나 구성에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레드]는 끝까지 힘을 잃지 않고 신나게 달립니다. 그러는 동안 코미디도 몇 개 먹히고 깔아놓은 로맨스 두 개도 먹혀요. 심심풀이 땅콩으로 바람직한 영화입니다.  (10/11/02)



기타등등

워렌 엘리스와 컬리 해머가 쓴 동명의 3부작 미니 시리즈 만화가 원작입니다. 원작은 조금 더 진지한 분위기였을 거라고 짐작해봅니다.  


감독: Robert Schwentke 출연: Bruce Willis, Mary-Louise Parker, John Malkovich, Helen Mirren, Karl Urban, Morgan Freeman, Ernest Borgnine, Brian Cox, Richard Dreyfuss, Rebecca Pidgeon

 

IMDb http://www.imdb.com/title/tt124552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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