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2013)

2014.01.24 15:45

DJUNA 조회 수:5958


원신연의 [용의자]는 시작하자마자 별다른 인물 설명 없이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남한에서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탈북자 지동철은 그와 잘 알고 지내던 재벌 박회장의 살해현장을 목격하게 되는데, 그 범죄를 주도하던 국정원의 김석호는 그를 살인범으로 조작합니다. 지동철은 그와 악연이 있는 민세훈 대령의 추적을 피하면서 아내를 죽인 원수도 잡고 회장이 죽기 전에 남긴 단서도 풀고 음모 뒤에 숨겨진 진상을 밝혀야 합니다.

줄거리만 보면 [용의자]는 한국판 [도망자]입니다. 원작 텔레비전 시리즈보다는 해리슨 포드가 나오는 영화 버전에 가깝지요. 애잔한 드라마보다는 짧게 치는 액션이 강조되고 이 모든 건 극장용 영화의 러닝타임 안에 모두 해결됩니다.

하지만 영화를 직접 보면 다른 것이 먼저 생각납니다. [본] 시리즈요. 그것도 그린그래스가 연출한 2,3편. 지동철은 남한에 망명한 북한의 특수요원 출신이고 악당은 국정원이고 영화 내내 [본] 시리즈 어딘가에서 봤던 거 같은 카 체이스와 액션이 반복됩니다. 초반 몇 분을 넘어서면 지동철을 그냥 제이슨 공이라고 부르고 싶은 욕구를 참기가 힘듭니다.

기술적으로는 준수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한국에서 한국의 지형지물과 정치상황을 적절하게 이용해서 할리우드보다 훨씬 싼 값으로 [본] 시리즈처럼 생긴 상품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냉소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건 기자간담회에서 원신연 감독이 직접 한 답변에서 크게 떨어져 있지 않고 분명 무시할 수 없는 성과입니다.

각본은 그냥 액션을 위해 자기 역할을 하는 수준입니다. 군데군데 수상쩍은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그럭저럭 말이 되는 이야기로 액션을 얽고 있어요. 단지 중반 이후로 가면 반복이 심하고 단조로워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액션이 강도가 높다고 해도 이렇게 비슷한 어조로 오래 끌면 좀 심드렁해지죠. 지치기도 하고. 장황한 설명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는 건 좋지만 그 때문에 설명의 의무감에 잡히고. 배배 꼬인 한반도 상황을 고려해보면 결말이 지나치게 낙천적인 것도 그리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까지 포함해서 결말이 너무 많고 길어요.

[용의자]는 최근에 유행처럼 쏟아지고 있는 '북한에서 온 인간병기' 장르에 속해있습니다. 등급을 매긴다면 [베를린]이나 [의형제]보다는 못하지만 나머지 영화들보다는 훨씬 나은 정도입니다. 공유를 포함한 주연배우의 팬이라면 제가 보았던 단점들이 큰 장애가 되지는 않겠지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킬링 타임 영화입니다. 하지만 전 원신연이 [가발]과 [구타유발자들]을 만들 때만 해도 이런 영화들에 뿌리를 박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요. (13/12/10)

★★☆

기타등등
공유는 이 영화를 위해 몸을 정말 열심히 만들었고 대부분의 관객들은 좋아할 겁니다. 하지만 전 액션 영화에서 이런 몸으로 뛰어다니는 배우들이 좀 아슬아슬해보여요. 이런 상태에서는 다이어트 때문에 힘도 제대로 못 쓰고 쉽게 다치지요. 어차피 영화란 게 판타지이긴 하지만 정말로 이런 액션을 하는 사람의 사실적인 육체를 보여주어도 신선하지 않을까요. 그게 오히려 더 멋있어 보일 수도 있죠.


감독: 원신연, 배우: 공유, 박희순, 조성하, 유다인, 조재윤, 김성균, 박지일, 김민재, 김의성, 민정기, 이나은, 송재호, 다른 제목: The Suspect

IMDb http://www.imdb.com/title/tt340415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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