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 리포트 Europa Report (2013)

2014.01.24 17:15

DJUNA 조회 수:5434


유로파. 목성에서 네 번째로 큰 위성. 표면을 덮고 있는 얼음층 밑에 거대한 바다가 있는 것으로 추정. 얼마 전에는 몇몇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거대한 물기둥이 200킬로미터 높이로 솟아오른다는 증거가 드러나 화제가 되기도 했죠. 지구를 제외하면 우리 태양계에서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유로파 리포트]는 유로파 탐사를 목적으로 파견된 유인 우주선 유로파 원의 이야기입니다. 시작부터 불길해요. 유로파 원의 통신장비는 여행 중간에 망가져 버렸고 아마 그 사고로 그들은 승무원 하나를 잃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은 그대로 지구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죠.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취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호러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융통성이 있어요. 스케일도 커졌고요. 영화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구 과학자들의 인터뷰와 우주선 카메라가 잡은 영상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런 사건이 실제로 있었고 나중에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면 만들어졌을 법한 모양이죠. 단지 영화는 사건 전개와 결말을 숨기기 위해 사건들을 조금씩 섞어놓고 있습니다. 실제 다큐멘터리였다면 불필요한 작업입니다.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영화는 하드 SF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물론 유로파에 도착하는 최초의 착륙선은 로봇이 되겠죠. 유로파 원과 유로파의 저중력 상황이 무시된 것도 신경 쓰이고요. 하지만 영화에서 일어나는 사건 대부분은 우리가 하드 SF에서 기대할 법한 것들입니다. 재난 상황도 이치에 맞고 거기에 대한 해결책도 이치에 맞아 보여요. 모든 것들이 과학의 틀 안에서 전개되지요.

그 과학이 최대한 낙천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아무리 유로파가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해도 생명체가 없을 수도 있어요. 영화의 결말이 전달하는 복음은 백일몽의 백일몽의 백일몽에 불과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 영화는 센세이셔널리즘을 위해 과학적 당위성을 희생하지 않습니다. 우주선의 생존자들이 식인 괴물과 싸우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아요. 언제나 과학이 먼저입니다.

영화는 될 수 있는 한 최근의 과학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캐릭터나 일어나는 사건들은 고전적입니다. 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많은 것들을 그대로 가져와 쓰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에요. 이 영화는 딱 SF 장르 황금기에 나왔을 법한 그런 모험담을 들려줍니다. 과학에 대한 믿음,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도전정신, 그리고 그 모험의 끝에 닿아있는 경이의 감정. 아무리 낡았다고 놀려대도 상관없어요. 전 여전히 이런 것들에 넘어갑니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13/12/20)

★★★☆

기타등등
러시아인 캐릭터가 두 명 나오는데 스웨덴 배우와 폴란드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죠. 그 중 한 명의 이름은 카챠 페트로브나. 음, 이름이 부명에서 잘린 거 같아요. 과학에는 신경 쓰면서 정작 주인공 이름은 대충 넘어간 거 같아 좀 그렇군요.


감독: Sebastián Cordero, 배우: Daniel Wu, Sharlto Copley, Christian Camargo, Karolina Wydra, Michael Nyqvist, Anamaria Marinca, Embeth Davidtz, Isiah Whitlock Jr., Dan Fogler

IMDb http://www.imdb.com/title/tt205187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7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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