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Le passé (2013)

2014.01.24 17:36

DJUNA 조회 수:5737


아흐마드라는 이란 남자가 프랑스에 옵니다. 공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마리라는 프랑스 여자예요. 우리는 그들의 대화를 통해 둘이 부부 사이이고 한 동안 남편은 이란에 살고 있었으며 이혼을 위해 다시 프랑스를 찾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리의 집에 도착하자 두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여자아이는 아흐마드를 아빠라고 부르고 남자아이는 그를 모른 채 합니다.

관객들은 곧 이 정보들이 정리되고 이야기가 본론에 들어가길 바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미 가장 중요한 사건들은 과거에 일어났습니다.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 후일담입니다. 그 후일담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는 과정이 이 영화의 스토리죠.

보다 꼼꼼하게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아흐마드, 마리, 마리의 새 남자친구인 사미르 그리고 그밖의 여러 사람들에게 지금의 그들을 만든 중요한 사건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사건들에 대해 한 6,70퍼센트 정도 알아요. 관객들은 전혀 모르고요. 영화가 진행되면서 관객들은 그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그들이 아는 6,70 퍼센트의 정보에 접근하고, 관객들이 탐정일을 하는 동안 주인공들은 그들이 몰랐던 나머지 3,40퍼센트의 진상에 접근합니다.

이 과정은 영원히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의 모든 일들이 그렇듯, 독립적인 사건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하나의 미스터리가 풀리면 또다른 미스터리가 기다리고 있고 그 미스터리를 넘어서면 다른 미스터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쉬가르 파르하디의 [아무도 머물지 않는다]는 추리물이지만 종착역은 없는 영화입니다. 범인을 잡으면 사건이 해결되는 일반적인 추리물과는 종류가 달라요. 영화는 결국 몇몇 미스터리는 해결하지 않은 채 남겨둡니다. 주인공들이 아는 몇몇 사실들은 관객들에게 끝까지 미스터리로 남고, 주인공들 역시 어느 선을 넘어서면 진상 추구를 포기하고 말죠.

전작인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와는 달리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의 이야기는 철저하게 형식적으로 보입니다. 감독의 나라인 이란이나 무대가 되는 프랑스의 무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죠. 오로지 그들을 연결하는 멜로드라마틱한 관계만이 중요합니다. 그 때문에 이 이야기를 전작에 비해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아쉬가르 파르하디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더 잘 보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13/12/20)

★★★☆

기타등등
아흐마드가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주는 요리는 Ghormeh Sabzi라고 합니다. 전통적인 이란 가정식이라고 하더군요.


감독: Asghar Farhadi, 배우: Bérénice Bejo, Tahar Rahim, Ali Mosaffa, Pauline Burlet, Elyes Aguis, Jeanne Jestin, Sabrina Ouazani, Babak Karimi, 다른 제목: The Past

IMDb http://www.imdb.com/title/tt2404461/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7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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