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 U 보트 Das Boot (1981)

2014.01.24 18:57

DJUNA 조회 수:5585


로타르-귄터 부크하임이라는 독일인이 있었습니다. 다방면의 예술에 재능이 있었던 그는 운 나쁘게도 제2차세계대전 때 청년기를 보냈죠. 1941년, 종군기자 자격으로 하인리히 레만-빌렌브록이라는 선장이 지휘하는 U-96의 작전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그는 전후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라는 소설을 썼는데, 이 작품은 순식간에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지요. 이 소설은 돈 시겔이 감독하고 폴 뉴먼이나 로버트 레드포드 같은 스타가 주연하는 할리우드 영화로 각색될 예정이었지만 프로젝트가 그렇게 잘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자 독일측 프로듀서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합니다. "이건 독일인이 나오는 독일 잠수함 이야기야. 그럼 독일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당연한 이야기 같죠?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돌던 70년대 말에는 그게 그렇게 당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독일인들은 그들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에 극히 조심스러웠습니다. 부크하임의 소설은 전쟁의 끔찍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독일측의 잘못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모두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 이상도 이하도 아니죠. 그 때문에 이를 각색한 볼프강 페터슨의 <특전 유보트>가 독일에서 개봉되었을 때 비평가들은 이 이야기의 위험성에 대해 극히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가 안정된 호평을 얻게 된 건 미국에 소개되어 히트하고 아카데미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포함한 6개 부분에 후보로 오른 뒤의 일입니다. 미국인 관객들을 통해 독일인도 이 정도는 말해도 된다는 허가를 얻었다고 할까요.

<특전 유보트>는 부크하임 자신이 모델인 베르너라는 선전부 소속 종군기자가 대서양 전투에 참가한 유보트에서 겪은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당시 유보트의 임무는 영국으로 가는 보급선들을 격침하는 것이었죠. 영화는 유보트가 점령지 프랑스에 있는 라 로셸을 떠나 대서양에서 전투를 겪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스토리가 아닙니다. 줄거리 요약으로 전달할만한 분명한 내용은 없어요. 선장을 제외하면 영화 속 등장인물들도 그렇게 개성이 강한 편이 아니고요.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이 강철 깡통 속에 갇힌 50명의 사람들이 그 안에서 겪는 경험과 감정의 묘사입니다. 처음엔 단조롭기만 하던 일상이 견디기 힘든 권태로 변해가고 그것이 다시 전쟁의 공포와 고통으로 옮겨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지요. 한마디로 요약하면 독일 잠수함 버전 <암흑의 핵심>인 겁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유보트라는 기계가 이 사람들의 손을 빌려 어떻게 움직이고 전쟁 한가운데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해 알게 됩니다. 소박한 특수효과에도 불구하고 그 현실감은 굉장히 강렬해서 보고 있으면 승무원들의 몸에서 나는 악취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보통 전쟁영화는 이 과정을 스펙터클로 다루고, 그건 이 영화도 예외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스펙터클은 일반적인 전쟁 영화가 전달하는 파괴의 쾌락을 될 수 있는 한 멀리하고 있습니다. 특수효과를 동원한 다양한 전쟁묘사가 있긴 하지만, 영화는 될 수 있는 한 카메라를 잠수함 세트 안에 가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정상이죠. 적군의 구축함을 피해 숨바꼭질을 하고 어뢰를 쏘는 동안에도 그들은 바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 없으니까요.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반쯤 눈이 먼 상태에서 어뢰를 쏘고 명중되기를 기다리며 상대방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것뿐입니다.

아무리 자기변명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작품의 국적은 여전히 비관주의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부당한 전쟁을 일으킨 쪽이라는 것,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관객들은 아무리 이들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위기일발의 상황 속에서 생존한다고 해도 그 성공의 기쁨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이야기 속에 스며든 죄의식을 완전히 지울 수도 없으니까요. 대신 승무원들이 이 격리된 작은 세계에서 겪는 공포와 고통은 몇 배로 부풀려진 채 관객들에게 전달됩니다. 그 결과, <특전 유보트>는 전쟁에 대한 혐오감을 온전하게 전달하는 몇 안 되는 장르 전쟁 영화로 남게 됩니다. (13/12/31)

★★★★

기타등등
1. 버전이 여럿이죠. 원래 유럽 여러 나라 텔레비전 방송국의 투자를 받은 작품이라 영화 버전와 텔레비전 미니 시리즈 버전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1997년에 페터슨은 208분짜리 감독판을 냈는데, 이게 DVD나 블루레이로 구하기 가장 쉬운 버전이고 또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판, 미니 시리즈 버전은 모두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된 적 있습니다.

2. 영화와는 달리, 부크하임과 레만-빌렌브룩은 2차세계대전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영화의 컨설턴트로 참가한 적 있고요. 블루레이 수록된 서플먼트에 나오는 레만-빌렌브룩의 모습을 보면 영화 속 선장의 캐릭터는 전적으로 창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감독: Wolfgang Petersen, 배우: Jürgen Prochnow, Herbert Grönemeyer, Klaus Wennemann, Hubertus Bengsch, Martin Semmelrogge, Bernd Tauber, Erwin Leder, Martin May, 다른 제목:

IMDb http://www.imdb.com/title/tt008209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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