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스킨 Under the Skin (2013)

2014.05.10 02:38

DJUNA 조회 수:13847


조나단 글레이저의 [언더 더 스킨]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요약이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화의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복잡하거나 어려워서가 아니에요. 영화는 관객들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인 정보를 처음부터 주지 않습니다.

그 기본 정보는 처음부터 없는 게 아닙니다. 이 영화의 원작인 마이클 파버의 동명소설은 글레이저의 영화와는 달리 감추는 게 없어요. 주인공의 정체에서부터 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친절하게 다 설명해주지요. 전 영화를 본 다음에 위키피디아에서 소설 줄거리를 읽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영화에서 일어난 일들 대부분이 이해가 되더군요. 하지만 영화를 즐기기 위해 굳이 인터넷을 뒤져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걸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 흑발로 변장한 스칼렛 조핸슨이죠. 조핸슨의 캐릭터는 바이크를 몰고다니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한패인 모양인데, 주로 혼자 트럭을 운전하며 스코틀랜드를 누비고 다닙니다. 그러다가 남자가 혼자 다니는 걸 보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를 유혹하는데, 같이 섹스를 하는 대신 무언가 나쁜 짓, 아니, 무언가 무서운 짓을 합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가 주인공의 정체를 알려줄 수도 있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고 영화가 끝나요.

영화의 절반은 몰래 카메라를 동원한 다큐멘터리 같습니다. 영화의 상당부분은 몰래 카메라로 촬영되었고 스칼렛 조핸슨은 혼자 검은 머리로 변장한 채 실제 세계로 들어갑니다. 여기에 나온 사람들 중 상당수는 영화에 찍히는 줄도 몰랐던 일반인들이에요. 이러니까 영화의 테마인 '위장'이 또다른 차원에서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이 영화의 스칼렛 조핸슨은 인간인 척 흉내내는 정체불명의 무언가이기도 하지만 평범한 스코틀랜드 사람인 척하는 할리우드 스타이기도 한 것이죠.

전작인 [탄생]에서 그랬던 것처럼, 조나단 글레이저는 이 텅빈 재료의 미스터리를 아름답게 꾸밉니다. 섹스, 공포, 외로움, 낯설음과 같은 주제와 소재들이 드러나 있지만 이들은 이야기 안에서 구체적인 의미를 만들어내지는 않습니다. 그것들은 그냥 있어요. 그리고 글레이저의 영화적 장치들 안에서 그들은 절실하고 오싹하고 종종 아름답습니다. 이게 아주 고상하고 깊이있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점을 알려두고 싶군요. 스칼렛 조핸슨의 육체에 대한 영화의 관심은 도저히 그럴 수 있는 종류가 아니죠. 이럴 때 영화는 거의 성적인 이미지에 열광하는 이성애자 십대소년 같습니다.

요약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고 재료들이 그냥 둥둥 떠다닌다고 해서 의미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언더 더 스킨]은 여자와 남자의 폭력적인 관계, 그들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많은 것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우리의 주인공이 인간 여성인 척하는 인간이 아닌 존재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많은 것들이 새롭게 드러나지요. 일반적인 성역할은 이 영화에서 전복되기도 하고 익숙한 모양으로 반복되기도 하면서 계속 낯선 모습을 드러냅니다. 제목과 연관시켜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발전시킬 수도 있죠. 특히 영화 후반에 아름다운 여성 모습을 한 주인공이 얼굴이 기형인 남자를 만나는 부분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정답 같은 건 아닙니다. 스칼렛 조핸슨에서부터 스코틀랜드의 해변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그냥 있는 것으로 좋습니다. 그 자체로 좋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지요.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건, 관객들이 여기서 무언가를 더 끌어낼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이지만, 강요하는 하나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 다의성과 모호함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14/05/10)

★★★☆

기타등등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입니다. 전주시네마타운 3관에서 봤는데, 이 상영관은 그 동안 위를 검은 천으로 가려 스코프관으로 만들었더군요? 대부분 상업영화는 스코프 비율이니 괜찮았겠지만 이 영화는 비스타. 그렇지 않아도 어두운 화면이 많은 영화인데 종종 화면비율이 바뀌어 짜증이 나더군요.


감독: Jonathan Glazer, 출연: Scarlett Johansson, Jeremy McWilliams, Lynsey Taylor Mackay, Dougie McConnell, Kevin McAlinden

IMDb http://www.imdb.com/title/tt144139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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