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원 The Quiet Ones (2014)

2014.09.19 23:58

DJUNA 조회 수:4360


[콰이어트 원]은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음'이라고 밝히고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호러 영화에서 이 표현은 최대한 막연한 의미로 받아들어야 해요. 영화 끝나고 검색해봤더니 역시나 영화와는 그렇게 닮은 구석이 없더군요. 영화는 '필립 실험'이라고 1972년 토론토에 있었던 실험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A. R. G. 오웬이라는 학자가 허구로 만든 가짜 유령을 강령술을 통해 불러낼 수 있다는 자기 가설을 실험한 것이었어요. 심지어 저도 아는 이야기인데, 영화를 보는 동안 그 사건에 바탕을 둔 영화라고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오웬 역할을 하는 인물은 조셉 코플랜드입니다. 옥스포드의 교수인 그는 학생들과 함께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일으키는 제인 하퍼라는 정신병 환자를 실험 중입니다. 제인 하퍼에게 에너지를 주는 건 이비라는 소녀 모습을 한 인격체인데, 코플랜드는 이비가 제인의 창조물이고 자신의 실험을 통해 이비를 소멸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학교 지원이 끊기자 코플랜드는 제인과 학생들을 끌고 시골 저택으로 내려가 실험을 시작하는데, 여기서부터 일이 끔찍하게 꼬이기 시작합니다.

파운드 푸티지 영화의 수법을 절반 정도 차용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카메라를 다루기 위해 고용된 브라이언이라는 청년의 시선을 통해 진행되는데, 그 시선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그의 무비 카메라로 찍은 필름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을 보면 이 필름은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 파운드 푸티지물은 될 수가 없죠. 브라이언이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냥 일반 극영화이고요.

영화의 분위기는 좋습니다. 1970년대 영국 분위기도 잘 사는 편이고, 그림도 좋아요. 고풍스러운 옛 영국 호러 영화의 풍취가 있죠. 제러드 해리스를 포함한 배우들의 캐스팅도 좋고 제인 역의 올리비아 쿡은 참 예쁘더군요. '필립 실험에서 영감을 받았음'은 거의 거짓말이지만 초자연현상을 두고 [헬 하우스의 전설]을 연상시키는 대립을 그려낸 것도 시대 전통을 따르는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단지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일단 발동이 걸릴 때까지 시간이 너무 걸려요. 아이디어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이걸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포인트가 흐릿해졌고요. 오히려 실제 필립 실험의 아이디어가 훨씬 명료하죠. 이러다보니 무난한 이야기로 질질 끌다가 막판 몇 분에 폭발하는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졌는데, 이보다는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머 영화사가 영화를 다시 만들기 시작한 게 벌써 7년인데,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는 영화가 없습니다. [렛미인]은 좋은 영화였고 [우먼 인 블랙]도 나쁘진 않았지만 둘 다 리메이크였지요. 나머지 영화들은 흐릿하기 짝이 없고요. 좋은 영화는 나중에 내도 좋으니 제발 새 해머 전통이나 빨리 찾았으면 좋겠어요. (14/09/19)

★★☆

기타등등
엔드 크레디트에 진짜인 척하고 나오는 사진들은 당연히 가짜. 하긴 그것들은 검색하기 전에도 가짜인 줄 알았죠. 사진에 찍힌 사람들이 너무 잘생겼더라고.


감독: John Pogue, 배우: Jared Harris, Sam Claflin, Erin Richards, Rory Fleck-Byrne, Olivia Cooke

IMDb http://www.imdb.com/title/tt223577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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