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나의 신부 (2014)

2014.10.21 01:27

DJUNA 조회 수:8573


임찬상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가장 신기한 부분은 이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이명세의 영화를 리메이크한다는 아이디어는 여러 가지 면에서 괴상하지요. 대부분 스토리보다는 스타일이 강한 작품들이고 그 스토리도 스타일에 의지하고 있으니까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그 중 대중적인 작품이지만 그래도 괴상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영화는 만들어졌습니다. 꽤 멀끔하게요. 하긴 이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을 구경하다보면 멀끔하게 만들어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지요.

스토리는 비교적 충실하게 원작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직업이 생겼고 병명이 바뀌었으며, 남편이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공무원으로 바뀌는 식의 차이가 있긴 해요. 휴대전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지요. 한마디로 그 동안 변한 시대를 반영한 것입니다. 하지만 에피소드 상당 부분은 대사까지 그대로 남아 있고 주제도 그대로입니다. 여전히 막 결혼한 커플이 서로에게 적응해가며 성장하는 내용이죠.

영화는 괜찮습니다. 신민아와 조정석은 잘 어울리는 커플이고 역에도 잘 맞습니다. 사실 아내 캐릭터는 보다 현실적인 최진실이 더 맞았겠지만 신민아의 캐릭터와 최진실의 캐릭터를 같은 사람이라고 볼 필요는 없는 거죠. 원작과는 달리 이번 영화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보다 공평하게 들려주고 있는데 이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에피소드들은 더 유려하게 연결되어 있고요.

원작을 본 사람들에겐 이 멀끔함이 괴상해 보입니다. 원작은 말이 되는 긴 호흡의 이야기를 잘 하지 못하는 이명세의 스토리텔러로서의 한계를 스타일로 받아들인 영화였으니까요. 우리가 원작의 재미라고 생각했던 것들 상당수가 이번 영화엔 없습니다. 최진실의 나홀로 여행과 같이 정곡을 찌르는 에피소드도 없고 코미디와 드라마의 조합도 상식적인 수준이지요.

이러니 원작을 본 사람들의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저도 별 어려움 없이 그 원성에 동참할 수 있고요. 하지만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명세의 스타일에 맞는 무언가를 갖고 있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 스타일에 갇혀 종종 갑갑해하던 이야기에게 스스로 흐를 수 있는 공간을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요. 이 정도면 이 영화의 존재 이유로 충분합니다. (14/10/21)

★★★

기타등등
박중훈은 재미있게 본 모양입니다.


감독: 임찬상, 배우: 신민아, 조정석, 윤정희, 배성우, 라미란, 전무송, 이시언, 고규필, 다른 제목: My Love, My Bride

IMDb http://www.imdb.com/title/tt403896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1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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