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살인사건]의 원작은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 소설입니다. 소설은 아직 우리나라에 번역소개는 되지 않았는데, 전작인 [고백]처럼 다양한 내레이터들이 나오는 구성 같습니다.

영화 제목에서 백설공주는 백설공주 비누라는 제품으로 유명한 비누회사의 직원인 미키 노리코입니다. 도입부에서 숲 속에서 칼에 찔리고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되었죠. TV 프로그램의 계약직 조연출인 유지는 옛 친구로부터 이 사건에 대해 듣고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하는데, 그러는 동안 사건 당일에 실종된 미키 노리코의 직장 동료인 시로노 미키가 용의선상에 오릅니다. 유지가 만든 트윗 덕택에 시로노 미키는 순식간에 마녀 사냥의 대상이 됩니다.

추리물이지만 추리 과정 자체는 그렇게 중요한 작품이 아닙니다. 앞의 절반 정도는 유지가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하지만 이어지는 시로노 미키의 고백부터 수사 과정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진상이 열거되는 정도죠. 하긴 영화의 주제를 고려해보면 그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유지의 수사과정은 얼핏 보면 그럴싸해 보이는 추리와 가설이 얼마나 진실에서 멀어지기 쉬운지 보여지는 것이니까요.

센세이셔널리즘에 빠진 매스미디어를 비판하는 영화지만 그만큼이나 SNS의 부작용을 비판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유지는 방송일을 하기도 하지만 엄청난 트위터 중독자예요. 그는 사건 수사를 트위터로 중계하다시피까지하기 때문에 그가 트위터에서 일으킨 물결은 방송에서 일으킨 물결만큼이나 큽니다. 영화는 트위터 세계에서 유지가 일으킨 여파와 그 반응을 꼼꼼하게 그리고 있는데 그게 상당히 설득력있습니다. 한마디로 트잉여 필견의 영화가 되겠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매스미디어나 SNS 비판으로 타겟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사람들의 무리는 어디서나 비슷비슷하죠. 시로노 미키는 그 중 최악의 상황에 말려들었을 뿐이고. 보고 있으면 참 안타깝고 동정심이 팍팍 드는데, 바로 같은 이유 때문에 은근히 코믹한 사람입니다. 너무 운이 없어서 오히려 웃긴 사람이죠. 특히 막판의 몇몇 에피소드를 보면 작가가 키득거리며 자신의 창조물을 놀려대고 있다는 티가 역력합니다.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유익하기 짝이 없는 영화입니다. 세상에 우리의 알량한 두뇌로 읽을 수 있는 부분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고 그 역시 오해의 위험이 크다는 것. 치밀하고 멀쩡한 논리보다 어처구니 없고 황당한 설명이 더 사실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것. 영화를 보면서 이 두 개만 확실히 배우고 간다면 세상은 그만큼 더 좋아지겠죠. (15/02/02)

★★★

기타등등
시사회에서는 조그만 미니 사과를 하나 사은품으로 주더군요.


감독: Yoshihiro Nakamura, 배우: Mao Inoue, Gô Ayano, Nanao, Misako Renbutsu, Nobuaki Kaneko, Shihori Kanjiya, Erena Ono, Mitsuki Tanimura, 다른 제목: The Snow White Murder Case

IMDb http://www.imdb.com/title/tt309671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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