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캐처 Foxcatcher (2014)

2015.02.18 00:01

DJUNA 조회 수:12248


베넷 밀러의 전작 [캐포티]와 [머니볼]처럼 [폭스캐처]도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다른 두 작품과는 구별되는 핸디캡이랄까, 그런 게 있습니다. [캐포티]의 트루먼 캐포티와 [머니볼]의 빌리 빈은 모두 이해가 가는 인물들이죠. 자기 세계에서 부인할 수 없는 큰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폭스캐처]의 존 듀퐁은 정반대입니다. 부정적인 인물이기도 하지만 일단 내면을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주어진 조건만 보면 그는 참 부러운 사람입니다. 듀퐁 집안의 상속자로 돈이 썩어 나갈 정도로 많아요. 평생 하고 싶은 것만, 그것도 재미로 했던 사람이죠. 조류 연구를 하기도 하고, 우표 수집도 하기도 하고, 올림픽 레슬링 팀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그냥 자기가 하고 싶어서. 그러던 그가 1996년에 그의 레슬링 팀 코치였고 올림픽 메달리스트였던 데이빗 슐츠를 총으로 쏴 죽였습니다. 그는 체포되었고 30년 형을 선고 받았고 감옥에서 죽었습니다. 왜 그랬냐고요? 몰라요. 아무도 모릅니다.

밀러는 [폭스캐처]의 소스를 슐츠의 동생이었고 서울 올림픽 때 선수였으며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사건의 세 주인공 중 유일한 생존자인 마크 슐츠로부터 얻고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마크 슐츠의 이해범위 속에서 전개되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마크 슐츠는 처음에 이 영화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고 나중엔 입장을 바꾸었는데 솔직히 여전히 이 영화를 그렇게 좋아할 것 같지도 않고 제대로 이해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마크 슐츠의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이 영화는 소재가 되는 사건을 직접 체험한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에요.

영화는 존 듀퐁이 이끄는 레슬링팀 폭스캐처에 마크 슐츠가 들어가는 부분에서 시작해서 형 데이빗이 뒤늦게 코치로 들어가고 두 사람이 듀퐁과 갈등을 빚다가 결국 데이빗이 살해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단지 베넷은 여기에 자기 식의 해석을 넣고 있죠. 여기서는 어머니와의 갈등, 열등감, 주변 사람들로부터 능력 이상의 인정을 받으려는 과한 욕구와 같은 것들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정말 살인의 동기와 연결되는 걸까요? 전 모르겠습니다. 사실 영화는 자신의 해석을 정당화하기 위해 약간의 사기를 치고 있어요. 서울 올림픽과 살인 사이에는 8년이나 되는 갭이 있지만 이를 은근슬쩍 무시하고 있지요. 이것만 자막 같은 것으로 설명해도 베넷의 설명은 상당부분 허물어지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듀퐁의 살해 동기가 무엇이건, [폭스캐처]는 여전히 강렬하기 짝이 없는 영화입니다. 드러난 설명과 상관없이, 건조하지만 강렬한 에너지로 가득 찬 영화죠. 그건 세 주인공을 연기한 스티브 카렐, 채닝 테이텀, 마크 루팔로의 존재감과 연기력, 앙상블의 힘입니다. 스티브 카렐과 같은 배우는 오스카급의 명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개별 연기력보다는 세 배우가 충돌하면서 내는 남성적 에너지 그리고 그 에너지를 파괴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계급 묘사의 설정에 더 빚을 지고 있지요. 이 기본 재료 때문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에도 스크린은 강렬한 긴장감과 공포로 가득 찹니다. 아무런 방어장비 없이 맹수 조련 현장에 들어와 구경하는 기분이랄까. (15/02/18)

★★★☆

기타등등
시에나 밀러가 데이빗 슐츠의 아내로 나오는데요. 진짜 못 알아보겠습니다. 영영 얼굴 구별 못하고 살다가 죽을 거 같아요.


감독: Bennett Miller, 배우: Steve Carell, Channing Tatum, Mark Ruffalo, Sienna Miller, Vanessa Redgrave, Anthony Michael Hall, Guy Boyd

IMDb http://www.imdb.com/title/tt110008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067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