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 타이드 Crimson Tide (1995)

2015.02.22 18:52

DJUNA 조회 수:6486


90년대에 두 편의 준수한 잠수함 영화가 두 편 나왔으니, 하나는 톰 클랜시의 베스트셀러를 각색한 [붉은 10월]이었고 다른 하나는 토니 스코트의 [크림슨 타이드]였죠. 둘 다 재미있는 영화인데 전 [붉은 10월] 쪽이 더 잘 만든 영화였다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더 자꾸 생각나는 영화는 [크림슨 타이드] 쪽이죠.

90년대에 일어난 가상의 위기상황이 배경입니다. 러시아 극우주의자들이 미사일 기지를 점령해 미국에 핵미사일을 날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핵잠수함 USS 알라바마 호가 태평양에 투입됩니다. 이들이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에 메시지가 끊기고 잠수함은 두 패로 갈라집니다. 늦기 전에 핵미사일을 발사해야 한다는 램지 함장과, 일단 메시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헌터 부함장.

중간에 러시아 잠수함과 전투가 박진감있게 그려지긴 하지만 거의 연극적인 영화입니다. 실제로 연극으로 각색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배우 비중이 높고 대사 위주이며 밀폐된 단일 공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니까요.

물리적 액션은 제한되어 있지만 긴장감은 엄청난 영화입니다. 세계멸망을 가져올 수도 있는 핵전쟁을 준비하는 중인데 의견이 갈려 선상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이 상황에서 진 해크맨과 덴젤 워싱턴이 양쪽에서 엄청난 음량으로 고함을 질러대고 있으니 관객들은 그 에너지에 일단 압도당할 수밖에 없지요.

사실 각본 자체는 여러 모로 좀 수상쩍습니다. 설정은 인위적이고 결말은 싱거울 수밖에 없지요. 정말 전쟁이 일어날 수는 없으니까요. 짧은 시간 안에 드라마를 채우다 보니 무리한 상황이 마구 튀어나오고요. 양쪽 세력을 공평하게 다루려 노력하고 있지만 여기서 잘못하고 있는 쪽이 프로토콜을 어기고 있는 램지라는 건 분명하고요.

단지 토니 스코트는 여기에서 관객들에게 이들을 눈치챌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러닝 타임 내내 계속 폭발하는 폭탄같은 영화예요. 핵전쟁과 같은 중요한 주제로 관객들의 사고를 차단하는 영화를 만들었으니 이는 비판받아 마땅하겠지만 그렇다고 영화의 결론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무엇보다 시작부터 끝까지 재미있으니 특별히 불평할 이유는 없겠죠. 생각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할 수 있으니까요. (15/02/22)

★★★

기타등등
도입부에 전쟁 영화 중심으로 영화 퀴즈가 몇 개 나오는데,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맞힌 작품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EBS에서 해서 봤을 때는 다 알겠더라고요. 그 동안 모두 챙겨봤던 거죠.


감독: Tony Scott, 배우: Denzel Washington, Gene Hackman, Matt Craven, George Dzundza, Viggo Mortensen, James Gandolfini, Rocky Carroll, Jaime Gomez, 다른 제목:

IMDb http://www.imdb.com/title/tt011274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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