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 The Nanny (1965)

2015.05.13 01:03

DJUNA 조회 수:4002


10살 소년 조이는 2년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2년 전 조이의 여동생은 수상쩍은 상황에서 죽었고 가족은 조이가 실수로 동생을 죽였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이의 관점에서 본 사건은 다릅니다. 진짜로 동생을 죽인 건 유모이고 유모는 다음에 자신을 죽일 계획이란 거죠.

어느 쪽이 진실일까요? 솔직히 확신이 안 섭니다. 조이는 그렇게 믿음이 가거나 호감이 가는 소년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유모를 믿자니... [유모]는 1965년 작이고 유모를 연기한 배우는 베티 데이비스입니다. 다시 말해 베티 데이비스의 무시무시한 호러 아줌마 시절 영화예요. 당시의 베티 데이비스 캐릭터는 무슨 끔찍한 일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았죠.

영화의 원작은 에블린 파이퍼의 동명 소설입니다. 본명이 미리엄 모델인 이 작가는 오토 프레민저의 스릴러 [버니 레이크의 실종]의 원작자이기도 해요. 60년대 영국 중산층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극단적으로 뒤틀린 스릴러를 쓰는 것이 이 작가의 장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원작을 읽어본 사람들에 따르면 소설의 내용은 영화보다 훨씬 끔찍하다고요. 이 결말 그대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요새 기준으로도 견디기 힘든 작품이 나왔을 거 같아요. 사방에서 상영금지 먹고 나중에 컬트가 되었겠죠.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영화는 보다 온화한 수준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그 '온화함'은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말이고 이야기는 여전히 오싹해요. 미치광이 살인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유모와 미치광이 살인마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소년이 한 집에서 서로를 노리고 있고 보호자여야 할 엄마와 이모는 모두 연약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영화 전체엔 방향을 알 수 없는 광기가 꽉 차 있고 누군가 죽어나가는 건 예고된 일. 그리고 저 같은 사람은 벌벌 떨면서 어린 소녀가 죽는 장면의 플래시백을 기다리게 되는 것입니다. 어린이가 위기에 빠지는 장면을 참을 수 없어했던 고 진 시스켈은 이 영화를 정말 싫어했겠어요.

[유모]는 60년대에 나온 다른 베티 데이비스 영화에 비해 덜 알려진 편입니다. 60년대에 나온 다른 해머 영화와 비교해도 그렇게 잘 알려진 영화는 아니고요. 아마 이 두 고유명사와 연결되는 센세이셔널리즘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베티 데이비스와 어린 조이를 연기한 윌리엄 딕스의 연기는 모두 훌륭하기 짝이 없고 영화 전체에 흐르는 긴장감도 상당하며 사이코 스릴러 밑에 내재된 영국 계급사회에 대한 분석과 그와 연결된 드라마도 인상적이라 그냥 무시하고 넘기기는 아쉽습니다. (15/05/13)

★★★

기타등등
파멜라 프랭클린이 조이의 친구가 되는 소녀 바비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 소녀는 원작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고요.


감독: Seth Holt, 배우: Bette Davis, Wendy Craig, Jill Bennett, James Villiers, William Dix, Pamela Franklin, Jack Watling

IMDb http://www.imdb.com/title/tt0059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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