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게자 폰 쾨즈님 백작은 몇백년 넘게 우울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내와의 관계도 좋지 않고, 오래 전에 죽은 첫사랑의 기억이 자꾸 떠올라 괴롭죠. 백년 전이라면 우울한 몽상 속에 자신을 가두었겠지만 지금은 1932년. 백작은 현대과학에서 해결책을 찾기로 결심합니다. 정신분석학자인 '교수님'을 찾아 상담을 받기로 한 것이죠.

[신경쇠약 직전의 뱀파이어]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교수의 이름을 밝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지그문트 프로이트라는 건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죠. 영화의 첫 아이디어도 이랬을 겁니다. "만약 뱀파이어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상담을 받는다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영화는 이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충분히 살리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프로이트는 중요한 등장인물이라기보다는 인물들을 엮어주는 도구에 불과하죠. 프로이트의 집에서 폰 쾨즈님 백작은 자신의 첫사랑과 똑같이 생긴 여자의 초상화를 발견합니다. 그 여자는 프로이트의 책에 삽화를 그려주는 화가인 빅터의 여자친구 루시입니다. 백작은 늘 자신의 지금 얼굴을 궁금해하는 아내 엘사에게 초상화 화가로 빅터를 소개시켜주고 그 시간에 루시를 유혹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뱀파이어를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 영화들이 몇십년 동안 탐구해왔던 영역이라 그리 신선할 것은 없죠. 조금 더 무리해서라도 프로이트의 비중을 늘렸다면 좋았을 텐데.

특별히 도전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림은 좋습니다. 딱 20세기 중반에 나왔을 법한 영화스럽죠. 사운드 스테이지 안에 지어진 세트 속에서 대부분 이야기가 진행되고 뱀파이어를 표현하는 테크닉도 몇몇 CG를 제외한다면 무르나우부터 시작한 고전적인 트릭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금방 기억에서 잊힐 영화지만 그대로 보는 동안은 달콤한 디저트 먹는 기분으로 즐겁게 볼 수 있죠. (17/01/24)

★★☆

기타등등
더 나은 환경에서 넷플릭스 보려고 딜라이브 플러스를 구입했는데, 거기 영화 앱에 이 오스트리아 영화가 있더라고요. 지금 리스트는 참 초라한데, 그래도 기다리면 늘겠죠.


감독: David Rühm, 배우: Tobias Moretti, Jeanette Hain, Cornelia Ivancan, Dominic Oley, David Bennent, Karl Fischer, Erni Mangold, 다른 제목: Therapy for a Vampire

IMDb http://www.imdb.com/title/tt3400980/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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