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스 플랜 Maggie's Plan (2015)

2017.01.31 22:10

DJUNA 조회 수:6630


[매기스 플랜]. 그러니까 매기의 계획에 대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대학교 직원인 매기는 벌써 계획을 갖고 있어요. 막연히 알고 지내는 남자사람친구의 정자를 받아 아기를 낳고 혼자 키우는 거요. 하지만 이 계획은 성사되기 직전에 무산됩니다. 얼마 전부터 알고 지내던 유부남 인류학자 존과 사랑에 빠져버린 거죠. 두 사람은 존이 이혼한 직후 결혼하고 예쁜 딸을 낳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어요. 2년이 지나자 존은 이전만큼 매력적이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결점은 늘어만 갑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존을 전처인 조젯에게 다시 보내버리면 어떨까? 자, 이제 매기에겐 두 번째 계획이 생겼습니다.

레베카 밀러의 [매기스 플랜]은 다들 골백번은 들었을 흔한 설정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보는 영화입니다. 이런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대부분 젊은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긴 아내이거나 젊은 여자에게 빠져서 고민하는 남편이잖아요.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그 남편을 빼앗은 젊은 여자예요. 그런데도 그 여자는 죄책감도 안 느끼고 나쁜 X 취급도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화는 이 캐릭터를 최대한 착하고 예쁘게 꾸미려고 최선을 다하죠. 그리고 관객들은 진짜로 영화가 하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디 앨런의 영향이 많이 보입니다. 뉴욕이라는 배경, 지식인 뉴요커 캐릭터들, 그리고 앨런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편집의 리듬감. 그리고 제인 오스틴이 떠오르기도 해요. 하는 짓만 보면 매기는 케이트 베킨세일이 연기했을 법한 제인 오스틴 캐릭터죠. 영화는 종종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을 인용하는데, 영화에도 그 희곡의 테마가 여기저기 담겨있습니다.

짜깁기란 말 같은데, 안 그렇습니다. 이들은 모두 상호보완적이에요. 우디 앨런이라면 사랑에 빠진 늙은 남자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을 법한 이야기에서 그를 조연으로 밀어내고 제인 오스틴 주인공을 넣으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우리의 제인 오스틴 주인공도 21세기의 뉴욕에 배치하면 전혀 다른 계획을 세우고 다른 난관에 빠지고요. 게다가 분명히 인용출처가 보이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음새가 보이지 않고 각본이 참 유려합니다. 아주 놀라운 이야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심리 묘사나 드라마의 흐름, 복선의 배치 같은 게 참 딱딱 맞아떨어지고 절묘해요. 조금 얄밉지만 귀여운 운명의 여신이 노는 걸 보는 것 같달까. 이런 영화들만이 주는 독특한 쾌락이 따로 있죠.

여자들의 관점에서 본 여자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면서도 기존 여자들의 이야기가 가는 길을 따르지 않죠. 이 영화에서 남편의 새 여자는 전처와 친구가 되고 연합합니다. 그러는 동안 보통 드라마의 중심이 되는 남편은 귀찮은 짐 취급을 받으며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흔한 설정을 뒤집는 것으로 코미디를 만드는 뻔한 트릭인데, 알고 보면서도 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참 자연스럽죠. 그만큼 각본이 좋고 또 그레타 거윅과 줄리안 무어가 이 캐릭터들을 그만큼 잘 연기하고 있으니까요. 무어는 앞으로도 코미디를 조금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잘 어울릴지 몰랐습니다. (17/01/31)

★★★☆

기타등등
비스타 비율 영화라서 오래간만에 부천 소풍 CGV에서 봤는데, 6관은 스크린 밑부분이 활처럼 휘어있더군요. 이런 거 신경 안 쓰이시나요?


감독: Rebecca Miller, 배우: Greta Gerwig, Julianne Moore, Ethan Hawke, Maya Rudolph, Bill Hader, Travis Fimmel, Mina Sundwall, Jackson Frazer, Ida Rohatyn

IMDb http://www.imdb.com/title/tt347109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6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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