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특수요원 (2017)

2017.03.21 11:27

DJUNA 조회 수:5190


[비정규직 특수요원]이란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말을 들었을 때 미심쩍어하면서도 일단 응원해주고 싶었지요. 이 척박한 나라에 여자 투탑 영화가 별로 없지 않습니까. 큰 야심없이 기본만 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기본이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돈도 들어가고 시간도 들어가고. 좋은 각본 역시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고. 심지어 만드는 사람들의 안목에도 돈이 들어갑니다. 사람들에겐 다 가치가 있는 법.

이 영화에서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강예원이 연기하는 장영실입니다. 30대 중반까지 계속 취직에 실패하다가 국가안보국의 비정규직 직원이 되어 댓글요원으로 투입되었지만 정리해고 당할 위기에 빠지는 캐릭터죠. 하지만 국가안보국 예산이 보이스피싱에 털리자 자신의 실수를 은폐하려는 상사가 장영실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잠입시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동료들에게 '미친 X'이라고 불리는 열혈형사 나정안이 잠복수사 중. 둘은 공조하게 됩니다.

위에 주절거린 요약으로 영화의 각본 절반이 나왔습니다. 코미디 내용은 다 나온 거 같아요. 국정원, 아니, 국가안보국에서 비정규직을 뽑는데 하는 일이 댓글요원. 하하. 그런데 그곳이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하하. 사실 비아냥 소재로는 꽤 괜찮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거기서 멈추어버립니다. 그 다음에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거죠. 시작부터 이야기가 막혀버렸습니다.

그 뒤에 이어지는 건 조직에 잠입한 주인공들이 겪는 흔해빠진 슬랩스틱 액션 코미디의 클리셰들인데, 영화는 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아이디어가 빈약하고 코미디의 감이 떨어지는 건 둘째 치고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보이스피싱 소재로 막나가는 코미디를 만들만한 용기도 없죠. 그 때문에 중간중간에 양심에 찔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교훈적 억지 신파를 넣는데... 말을 말죠.

남은 건 캐스팅. 캐스팅은 괜찮아요. 사실 배우들이 각본엔 없는 장점들을 필사적으로 창조해내고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죠. 두 주연배우 강예원과 한채아의 케미스트리도 좋은 편이고. 그래서 이걸 강조해서 조금이라도 칭찬해주고 싶었는데... 아, 주연배우 중 한 명이 영화 밖에서 초를 치시네. 어쩔 수 없죠. (17/03/21)

★☆

기타등등
김성은은 어쩌다고 이런 영화에 이런 역으로 나온 건지 모르겠군요. 영화 끝나고 [테이스티 로드] 사인 포스터가 붙은 가게들을 지나치려니 슬프고 그랬습니다.


감독: 김덕수, 배우: 강예원, 한채아, 조재윤, 김민교, 남궁민, 남성진, 김성은, 다른 제목: Part-Time Spy

IMDb http://www.imdb.com/title/tt664699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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