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포르노 Antiporno (2016)

2017.05.07 22:53

DJUNA 조회 수:2809


소노 시온의 [안티포르노]는 로망 포르노 리부트 시리즈의 한 편입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영화들도 부산과 전주에서 상영되었고 다들 곧 개봉한다고 합니다. 영화제에선 화제작이었지만 아마 국내에선 VOD로 직행하겠죠.

개인적으로 지금 이 시대에 로망 포르노 영화를 다시 만든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당시엔 이 작업방식이 비틀린 방식으로 창작의 자유를 제공해주는 통로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굳이 이런 핑계가 필요할까요? 남성 시선에 고정되어 있던 옛 영화들과는 달리 여성 중심적인 영화로 역전을 시도한다고 하는데, 여전히 감독들은 남자들이잖아요. 남자들이라고 여성 관점의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만.

[안티포르노]는 어떤 영화냐. 이게 스포일러를 건드리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됩니다. 그렇다고 스포일러를 노출하면 선명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에요.

영화의 주인공은 쿄코라는 헐벗은 젊은 여자인데, 설정에 따르면 히트 작가이며 화가인데, 이 두 매체를 오가면서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쿄코에겐 노리코라는 연상의 매니저가 있는데, 쿄코는 온갖 방식으로 노리코를 학대하고 모욕하죠.

영화가 중반에 이르면 이 세계가 깨집니다. 사실 이 모든 게 지금 촬영 중인 로망 포르노 영화의 내용이고 쿄코와 노리코를 연기하는 배우는 정반대의 입장에 있죠. 선배 배우인 노리코에게 모욕당하고 구박받는 건 신인 배우인 쿄코인 겁니다. 영화는 이들의 관계를 한 번 뒤집어 없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계속 리얼리티를 파괴합니다. 교코는 배우 때의 기억을 갖고 영화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이 모든 것이 연극이 되기도 하죠. 어느 순간부터 중층의 현실과 허구로 구성된 이 미로 자체가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버립니다. 감독의 전작 [리얼 술래잡기]와 비슷한데, 이 형식을 극단적으로 밀고 갔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극단적이라고 엄청 실험적이란 말은 아니지만 (이런 게임이 실험이 되는 시기는 지났잖습니까) 이 형식의 재미를 최대한 뽑은 작품인 건 분명하죠. 우엇보다 [리얼 술래잡기]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영화가 던지고 있는 예술적 자유, 여성의 성적 이미지, 권력 문제라는 주제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전 얼마든지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경계하게 됩니다. 옛 로망 포르노를 흉내낸다는 기획 자체가 이들 질문들을 조금씩 위선적으로 만드는 거죠. 스타일과 작업 방식이 이런 주제들과 계속 충돌하는 영화입니다. 예를 들어 전반부에서 쿄코가 노리코에 대해 완벽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 관객들은 없을 거예요. 특히 이런 식의 신체를 노출한 젊은 여자들은 관객들의 시선에서 약자처럼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소노 시온은 로망 포르노를 해체하려 하지만 이 장르의 시선은 계속 이걸 복구하는데, 이 과정 자체가 드라마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17/05/07)

★★★

기타등등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는 주연 배우 토미테 아미의 GV가 있었는데, 들어보니 영화 찍으면서 고생이 많았던 모양이더라고요. 무릎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배우를 데리고 이런 내용의 영화를 찍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했더랬습니다.


감독: Sion Sono, 배우: Ami Tomite, Mariko Tsutsui, Asami, Fujiko, Ami Fukuda, Honoka Ishibashi, Yûya Takayama

IMDb http://www.imdb.com/title/tt597303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56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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