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끝 (2017)

2017.09.10 13:06

DJUNA 조회 수:2862


작은 공장 직원으로 일하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현진은 낡은 아파트로 이사옵니다. 옆집에는 주희라는 고등학생과 그 아이의 엄마가 살고 있었죠. 현진은 주희와 조금씩 가까워지긴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아이는 마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 그러니까 근처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같은 것의 원인 같습니다. 현진이 바뀐 주변 환경 속에서 고통 받는 동안, 얼마 전에 막 승진해 마을의 주민 센터에 들어온 사회복지담당 박주무관은 끌린 것처럼 현진과 주희가 사는 아파트 주변을 맴돕니다.

김광복의 [사월의 끝]을 보러 극장에 들어온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하면서부터 공통된 궁금증을 품게 됩니다. "지금 스크린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 중 몇 퍼센트가 진짜로 일어나는 일일까?" 당연한 것이, 그들은 현진의 정신상태를 티끌만큼도 믿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믿어보려고 한 사람들도 돼지 한 마리가 한밤중에 아파트 복도를 돌아다니는 장면에서부터 조용히 포기하고 말지요. 그나마 박주무관이 나오는 부분은 사실에 가까운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사람의 이야기가 현진의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하려면 후반부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럼 후반부가 되면 모든 이야기가 한 줄로 펴져 명쾌하게 정리가 될까요? 그럴 리가요.

[소름]의 무대에서 벌어지는 [리펄션]을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상당히 맛이 간 사람의 내면을 그린 호러영화이긴 한데,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건 그 맛이 간 사람이 겪는 사건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사는 현실 세계입니다. 그러니까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부하는 젊은이가 꿈꿀 수 있는 가장 밝은 미래가 공무원인 세계 말이죠. [걷기왕]에서처럼 이를 하나의 당연한 커리어 선택으로 여긴다면 상관없겠지만 [사월의 끝]의 세계엔 그런 선택의 사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호러 영화인만큼이나 디스토피아 영화이기도 합니다.

현진, 주희, 박주무관은 이 디스토피아를 사는 여자들의 삶을 대표하는 인물들입니다. 각각 끔찍한 10대, 만만치 않게 끔찍한 20대, 그들이 꿈꾸는 목표에 도달했지만 별 재미없는 삶을 사는 30대 파트를 맡고 있죠. 이를 한 줄로 연결한다면 고난 끝에 낙이 온다는 내용의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가 그렇게 사람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이들은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려고 하지만 그게 잘 안 됩니다. 디스토피아의 환경이 캐릭터들에게 그만한 자유의지를 허락하지 않는 거죠. 참 꿈도 희망도 없는 영화입니다.

여자배우 세 명이 끌고가는 영화이고, 영화의 대부분은 현진과 주희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주인공을 연기하는 박지수와 이빛나의 연기가 훌륭하고 어울림도 뛰어나서 장르화된 이야기 구조의 익숙함과 어둡기만 한 단색조의 분위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모두 더 주목을 받아야 할 배우들입니다. (17/09/10)

★★★

기타등등
가끔 현진의 연애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그게 꼭 필요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숨통을 트려는 의도로 넣은 거 같은데 저에겐 그냥 늘어지는 느낌이었거든요. 러닝타임도 120분이나 되는데.


감독: 김광복, 배우: 박지수, 이빛나, 장소연, 조경숙, 성민수, 홍완표, 이혁, 이용녀, 기주봉, 다른 제목: The End of April

IMDb http://www.imdb.com/title/tt601731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4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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