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레이크 Neverlake (2013)

2017.12.28 23:47

DJUNA 조회 수:4097


넷플릭스에서 [네버레이크]라는 호러영화를 봤습니다. 정말 아무 정보 없이 틀었는데, 갑자기 쏟아져나오는 감정 과잉의 이탈리아어 대사들. 이탈리아 호러영화였어요. 물론 주연배우들이 모두 영어권 사람들이니 실제 대사는 영어였을 거고 뒤져보니 정말 영어 녹음도 있더군요. 하지만 그냥 전 이탈리아어로 봤습니다. 영어로 봤다면 내용이 더 잘 들어왔을 거 같긴 한데.

도입부가 참 고풍스럽습니다, 주인공 제니는 뉴욕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입니다. 아버지인 브룩스 박사는 의사인데, 토스카니의 저택에서 고고학 연구에 몰두하고 있지요. 저택 근처에는 작은 호수가 있는데, '우상의 호수'라는 이름의 이곳은 꽤 유명하더군요. 에트루리아 사람들이 만든 수많은 고대 조각상들이 이 호수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제니는 호수 근처를 산책하다가 눈먼 여자아이와 만나 친구가 됩니다. 마릴라라는 이름의 그 아이는 버려진 저택에 있는 다른 친구들을 소개하는데, 모두 어딘가 아파보이거나 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브룩스 박사와 그의 새 여자친구라는 올가는 뭔가 수상쩍은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니는 계속 이상한 환영을 보고 악몽을 꿉니다.

이 영화의 결말을 알아차리는 건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단서를 사방에 뿌려왔고 반전이 그렇게 수준 높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 숨은 이야기가 너무 어처구니 없어서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이야기가 반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겁니다. 적어도 조금 더 세련되고 더 말이 되는 또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 생각하겠죠. 하지만 아니에요. 영화는 정말 1970년대 이탈리아 호러 영화에서나 통했을 거 같은 말도 안 되는 동기를 밀어붙입니다.

이 영화의 만든 사람들이 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전 그냥 이게 전통이려니 생각했어요. 21세기 사람들이 디지털로 찍은 구식 이탈리아 호러라고요. 당시 영화들처럼 어색한 각본과 어처구니 없는 동기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약간의 시적 분위기를 갖춘 영화. 무대는 현대인데 전 197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면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등장인물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들이 그 시기에 더 잘 맞아요. (17/12/27)

★★☆

기타등등
요새 이탈리아에서 호러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소식이 들리지만 이전과 같이 분명한 스타일을 갖춘 영화들은 없는 거 같고. 왕년의 이탈리아 호러에 가장 근접한 요새 영화들은 모두 이탈리아 밖에서 만들어졌거든요.


감독: Riccardo Paoletti, 배우: Daisy Keeping, David Brandon, Joy Tanner, Martin Kashirokov, Anna Dalton, Eva MacCallum

IMDb http://www.imdb.com/title/tt3301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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