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을 잊어라 Forget About Nick (2017)

2018.06.21 23:43

DJUNA 조회 수:2884


막 자기 회사를 차려 패션쇼를 준비 중인 전직 패션 모델 제이드에게 벼락이 떨어집니다. 남편 닉이 자기보다 한참 어린 패션 모델과 바람이 난 거죠. 그것도 모자라 닉의 전처인 마리아가 갑자기 돌아와 아파트의 소유권 절반을 주장합니다. 제이드는 어쩔 수 없이 마리아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합니다. 생각해보니 제이드는 10년 전 똑같은 상황에서 마리아로부터 남편을 빼앗았어요. 같은 패턴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어쩔 수 없죠. 주저앉아 있기엔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마리아와의 일도 정리해야 하고, 아파트도 팔아야 하고, 첫 패션쇼도 성공시켜야 하고.

1990년대 쯤에 나왔을 법한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 같죠? 하지만 [닉을 잊어라]는 마르게리타 폰 트로타가 감독한 독일 영화입니다. 뉴욕이 배경이고 대사 대부분이 영어지만 배우나 스태프 중 미국인은 아주 소수예요. 제이드는 노르웨이 배우 잉그리드 볼소 베르달이 연기하고 있고, 마리아역의 배우는 폰 트로타의 단골인 카티야 리메만이 맡고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배우와 스태프의 국적이 아닙니다. 폰 트로타는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장기도 아닌 장르에 도전하고 있어요. 코미디, 그것도 패션계가 무대인 대중적인 코미디요. 할리우드 영화는 아니지만 할리우드 자체를 장르로 보고 여기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죠. [닉을 잊어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폰 트로타의 이전 영화에 비해 훨씬 가볍고 발랄하며 낙천적입니다.

이 도전이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폰 트로타는 아주 좋은 코미디 감독이 아니에요. 해야 하는 것들은 기술적으로 문제없이 해치우고 있지만 그 이상은 나가지 못하죠. 더 큰 문제는 이 영화에 뉴욕 배경의 대중적인 할리우드 영화를 만들고 싶지만 나이 든 유럽 페미니스트의 정체성도 드러내고 싶은 감독의 태도가 계속 이 영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폰 트로타는 패션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무조건 무시할 생각은 없고 여기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화려한 패션쇼로 끝내고 싶고요. 하지만 영화는 이곳 사람들을 마리아와 같은 중장년의 유럽 지식인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조금씩 낮추어 보고 있어요. 의도는 아니겠지만 결과는 그래요. 그 때문에 모든 게 좀 뻣뻣하고 겉돌아요. 아주 재미있는 코미디가 되기엔 모두가 지나치게 착하고요. (18/06/21)

★★☆

기타등등
여성영화제에서 보았어요. 올해는 좀 바빠서 이 영화제에서 본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를 잘 못했는데...


감독: Margarethe von Trotta, 배우: Ingrid Bolsø Berdal, Katja Riemann, Haluk Bilginer, Tinka Fürst, Fredrik Wagn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537385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9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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