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문이 열린다 (2018)

2018.08.03 23:36

DJUNA 조회 수:2478


유은정의 [밤의 문이 열린다]는 올해 제가 부천영화제에서 본 유일한 한국장편영화입니다. 한국독립영화 스타일의 조촐하고 우울한 영화를 기대하고 갔는데, 정말 그런 영화였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건 이 영화가 의외로 장르적 아이디어에 충실한 작품이었다는 것이죠.

영화의 주인공은 지방 소도시에 사는 공장 직원인 혜정입니다. 가족과도 인연을 끊고 구애하는 남자의 접근도 거절하며 철저하게 혼자만의 삶을 살고 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일어나보니 자신은 기억나지 않는 범죄의 희생자가 되어 의식불명 상태이고 정신은 유령이 되어 떠돌고 있습니다. 혜정은 어떻게든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밝히려 합니다.

전형적인 유령탐정 아이디어죠. 하지만 영화는 여기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더 추가합니다. 유령 혜정의 시간은 거꾸로 가요. 잠에서 깨어나면 늘 이전보다 하루 전으로 가 있는 겁니다. 이러니 혜정의 이야기는 조금씩 복잡해집니다. 혜정은 어떻게든 주어진 시간 안에서 과거를 바꾸려고 하는데, 이렇게 계속 과거로 가면 앞에서 바꾼 사건은 의미가 없어지죠. 하지만 그러는 동안 계속 정보는 누적되고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지렛대도 조금씩 길어집니다. 이 정도면 꽤 신선하다고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영화는 이 도구를 아주 알차게 다루고 있어요.

여기에는 교훈도 있습니다. 혜정은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만의 삶을 살고 싶지만 좋건 싫건 주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혜정이 당한 범죄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혜정의 수사 과정은 자신이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으려던 주변 사람들의 사정을 뒤늦게 이해하려는 과정이기도 해요. 시간여행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과정은 혜정 자신의 삶을 바꾸기도 합니다. 이 주제를 사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전달했다면 강압적으로 느껴졌겠지만 시간여행자 유령 이야기에서는 은근히 자연스러웠어요. (18/08/03)

★★★

기타등등
[밤의 문이 열린다]라는 제목은 만화가 박윤선의 작품집에서 빌려왔다고 합니다.


감독: 유은정, 배우: 김가희, 강민아, 이유미, 이재균, 김도완, 한별, 한성수, 동현배, 다른 제목: Ghost Walk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6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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