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2018)

2018.08.06 23:44

DJUNA 조회 수:2676


회사 직원들과 술판을 벌이고 뒤늦게 집에 돌아온 상훈은 베란다에서 어떤 여자가 무참하게 살해되는 현장을 목격합니다. 겁에 질린 상훈은 그만 범인과 눈이 마주치고 범인은 상훈이 있는 아파트 층수를 세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찰에 알리나요? 아니면 모른 척하고 안온한 삶으로 돌아갈까요? 아니, 그게 가능하긴 할까요?

조규장의 [목격자]는 두 개의 재료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하나는 키티 제노비스 사건, 다른 하나는 한국 특유의 아파트 주민 이기주의입니다. 이 둘이 결합되어서 살인현장을 목격하고도 모른 척하려는 남자 이야기가 만들어진 거죠.

이런 사람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고 그런 사람이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런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려면 조금 더 섬세하고 엄격한 터치가 필요합니다. [목격자]는 여기서 흔들려요. 그러니까 이렇습니다. 영화는 상훈이 계속 잘못된 선택을 하는 비겁한 이기주의자라는 사실을 감추지 않습니다. 그건 절대로 숨길 수 없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상훈을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주인공으로 다루며 관객들에게 공감을 호소합니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징징거리는 변명이 됩니다.

영화가 선택한 소재가 과연 이야기를 만들기 위한 충분한 재료를 갖고 있는지도 의심이 갑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이야기를 억지로 쥐어짠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에요. 상훈의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살인마가 지나치게 유능해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아무리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만들려고 해도 상훈의 선택은 여전히 동의하기가 어려워요. 그냥 어떻게 생각해도 경찰에 신고하는 게 나은 지점이 영화 중간에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상훈은 점점 견디기 힘든 사람이 되어가요. 속죄의 결말을 거쳐도 솔직히 용서가 안 됩니다.

영화는 상훈에 집중하느라 드라마의 가능성을 놓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 상항에서 가장 드라마의 가능성이 높은 부분은 상훈과 아내 수진의 관계입니다. 처음에는 모른다고 해도 경찰이 찾아온 뒤로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하지만 하지만 영화는 상훈과 가족의 관계를 흔들 변화는 원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아내와 딸은 가장인 상훈이 짊어지고 지켜야 할 짐일 뿐이며 가족의 관계는 결말에 대단한 영향을 끼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몇 년 전 같으면 김명민이, 그 뒤에는 손현주가 주연을 맡았던 스타일의 스릴러인데 이성민이 주연인 영화를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영화들은 대부분 중박은 쳤으니 비슷한 영화가 또 만들어진 건 이상하지 않죠. 하지만 그 결과물은 선배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어정쩡합니다. 주인공의 존재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게으르게 감정이입해서 소재의 가능성을 충분히 팔 용기와 집요함이 부족했기 때문이겠죠. 이 비슷한 결과물은 중산층 기혼자인 40대 남자 회사원을 보편인간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지속되는 한 계속 반복되겠지요. (18/08/06)

★★

기타등등
잊었군요. 이 집안 사람들은 개를 키웁니다.


감독: 조규장, 배우: 이성민, 진경, 김상호, 곽시양, 김자영, 정유민 다른 제목: The Witness

IMDb https://www.imdb.com/title/tt642602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9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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