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괴 (2018)

2018.09.04 00:09

DJUNA 조회 수:7185


[물괴]는 원래 [차우]의 신정원이 추진하던 프로젝트죠. 이 영화는 몇 년 전 정우성 주연의 [작서의 변-물괴의 습격]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질 뻔했지만 엎어졌다가 감독이 [성난 변호사]의 허종호로 바뀐 뒤 지금 모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목은 그냥 [물괴]가 되었고 이전엔 제목에도 들어갔던 작서의 변은 완전히 빠졌어요.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입니다. 망아지만한 크기에 삽살개처럼 생긴 괴물이 중종 때 궁궐 안팎에 나타났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적당히 융통성있게 해석한 영화죠. 이 괴물 소동의 진상이 뭐였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래도 꽤 오싹한 에피소드입니다. 전 이를 당시 궁 안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들 (그러니까 작서의 변과 같은)과 결합하면 굉장히 좋은 호러물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는 그것과 거리가 멀지만.

완성된 영화는 이보다 단순하고 더 많이 허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중종 때 괴물이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고 다닙니다. 중종은 이게 권력을 노리는 영의정의 음모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옛 내금위장인 윤겸이 이끄는 4인조 수색대는 산에서 진짜로 괴물과 마주치고 말아요. 빨리 괴물을 퇴치해야 할 텐데, 왕위를 노리는 무리는 이를 괴물을 자기네 음모에 이용하려고 합니다. 역시 실제 괴물 사건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늑대의 후예들]과 겹치는 부분이 좀 있는데, 그보다는 밝고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익숙합니다. 한국에서 괴물 영화는 그렇게 많이 만들어지지 않지만, 옛 책의 모호한 기록에 바탕을 둔 퓨전 사극이 가는 길은 대부분 비슷하거든요. 부패한 사대부, 가련한 민초들, 그 사이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용감한 주인공들. 이 구성은 그럴싸하지만 빈약합니다. 세상은 언제나 그보다 복잡하고 넓기 마련인데, 이런 종류의 사극들은 늘 비슷한 틀 안에 만족하죠. 주인공과 캐스팅의 배합만 조금 바꾸어도 달라질 수 있을 거 같은데.

이야기의 익숙함을 떠나, 괴물 이야기로서 [물괴]는 큰 문제 없이 자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코미디, 약간의 신파, 약간의 드라마, 약간의 사회 비판을 한국식으로 섞은 잡탕 이야기는 엄청 좋은 건 아니지만 별 문제 없이 굴러갑니다. 무엇보다 괴물을 꽤 잘 썼어요. 그냥 단순한 식인 기계가 아니라 나름 사연도 있고 동정도 가는 그런 존재인데, 그렇다고 징징거리느라 괴물 역할을 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실록에서 따온 디자인도 그 정도면 영화에 잘 맞아요. CG가 조금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만.

술렁술렁 넘어가는 킬링타임 영화이고, 이것도 그리 나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재료를 조금 더 잘 쓸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실화에 바탕을 둔 괴상한 엇박자의 신정원 영화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온 영화는 은근히 [조선명탐정]스러운 김명민 주연의 영화였으니 당연히 좀 아쉽죠. (18/09/04)

★★☆

기타등등
전 보통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를 보지 않지만 이 영화는 화면비가 비스타거든요.


감독: 허종호, 배우: 김명민, 혜리, 김인권, 최우식, 박성웅, 박희순, 이경영, 다른 제목: Monstrum

IMDb https://www.imdb.com/title/tt437428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2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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