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겁이 없지 Vuelven (2017)

2018.10.22 22:44

DJUNA 조회 수:3744


이사 로페스의 [호랑이는 겁이 없지]는 올해 부천영화제의 인기작이었는데, 표를 구할 수가 없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저번 주 일요일 영상자료원에서 한 중남미 영화제의 상영작이어서 아슬아슬하게 볼 수 있었어요. 영상자료원의 상영조건이 대부분 부천영화제 상영관보다 나았으니 다행이었던 걸까요.

에스트레야라는 어린 여자아이가 학교 수업 시간에 동화를 쓰면서 시작되는 영화입니다. 세 가지 소원도 등장하고 왕자도, 용도 나오는. 그런데 갑자기 총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은 책상 밑으로 몸을 숨깁니다. 여기는 멕시코이고 마약 카르텔의 전쟁이 한창이죠. 오프닝 크레딧 전에 나오는 자막에서 밝히고 있지만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그 전쟁 중 죽었고 그 와중에 죽어나간 아이들과 여자의 수는...

이후로 영화는 휙하고 점프해 허구와 현실 사이의 어딘가, 그러니까 마술적 사실주의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에스트레야는 고아 남자아이들로 구성된 갱단의 일원이 됩니다. 실종된 에스트레야의 엄마는 망령이 되어 아이를 따라다니고요. 에스트레야는 아이들로부터 인정받고 갱과 부패한 정치가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야 합니다.

좀 끔찍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자란 아이들이 집단창작한 동화를 보는 느낌의 영화입니다. 이야기는 거의 전적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어요. 등장인물 대부분은 어린이고요. 그런데, 정작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살인과 고문이 난무하고 대사는 비속어로 얼룩져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세 가지 소원 같은 동화적 도구와 당연한 듯 섞여 있는 것이죠. 아이들의 창작물에서는 당연한 천진난만함이 초현실적일 정도로 끔찍한 현실 세계와 결합되어 있는데, 이게 그냥 딱하고 맞아 떨어집니다. 오히려 그냥 사실주의로 밀고 갔다면 관객들은 지금처럼 에스트레야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거예요. 동화적 도구에 당위성을 부여하려고 기교를 부렸다면 영화의 힘이 오히려 약해졌을 거고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만들려고 눈높이를 조절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진짜 동화작가라면 절대로 쓰지 않았을 이야기지만, [호랑이는 겁이 없지]는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훌륭한 동화서사의 힘을 갖추고 있습니다. 뛰어난 성장물이고 가슴을 쥐어짜는 드라마입니다.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고난이 관객들을 자극하는 너무 쉬운 도구였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저도 거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은 못하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착취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대상화된 피해자가 아니라 당당히 운명에 맞서는 주인공들이니까요. (18/10/22)

★★★☆

기타등등
영화는 순서대로 촬영되었고 어린이 배우들에겐 각본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본 연기 중 상당부분은 연기가 아니었다는 말이겠죠.


감독: Issa López, 배우: Paola Lara, Juan Ramón López, Hanssel Casillas, Rodrigo Cortes, Ianis Guerrero, Tenoch Huerta 다른 제목: Tigers Are Not Afraid

IMDb https://www.imdb.com/title/tt482343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4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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