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난 Funan (2018)

2018.10.23 23:59

DJUNA 조회 수:3955


올해 부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계속 놓쳤는데, 그래도 마지막 날 마지막 상영은 아슬아슬하게 챙겨볼 수 있었습니다. 드니 도의 [푸난]요. [페르세폴리스]나 [브레드위너]와 같은 영화들을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종교적 광기에 사로잡힌 끔찍한 시스템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아시아 국가 사람들 이야기. 단지 [푸난]에서 악역은 근본주의 이슬람교가 아니라 캄보디아의 크메르 루즈 정권입니다.

그러니까 애니메이션 버전 [킬링 필드]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박하고 행복한 중산층 삶을 살았던 주인공 가족과 이웃들은 크메르 루즈에 의해 살고 있던 프놈펜의 집에서 쫓겨나고, 강제노동에 투입되고, 뿔뿔이 흩어지고, 한 명씩 굶주리다가 처참하게 죽어갑니다. 그나마 상상해볼만한 희망은 끝까지 살아서 버티다가 태국 쪽 국경을 넘는 것.

감독의 가족사라고 합니다. 주인공 부부는 감독의 부모였고 그들의 아들은 감독의 형이었고요. 단지 감독 도니 도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30대 남자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직접 경험은 없습니다. 어머니와 형,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재조립해서 베레니스 베조와 루이 가렐이 성우로 출연한 프랑스어 영화로 만든 것이죠. 그러니까 교포 영화예요. 그 때문에 종종 그림이 좀 이상해집니다. 캄보디아 공산주의자 역을 맡은 프랑스인 성우가 '서구 제국주의에 쩌든 놈들'을 비난할 때는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거 같거든요.

그래도 찡한 구석이 있는 영화입니다. 나오는 이야기는 제가 어렸을 때 강제 시청해야 했던 반공 포르노의 이야기와 많이 겹치지만 그래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의 위엄이 있어요. 단지 [페르세폴리스]나 [브레드위너]와는 달리 따라갈 수 있는 분명한 개성과 역할의 주인공이 없기 때문에 종종 산만하게 느껴집니다. (18/10/23)

★★★

기타등등
프랑스어 더빙 때문에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만, 캐릭터의 대사나 행동이 좀 프랑스식이에요. 크메르어로 더빙하면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감독: Denis Do, 배우: Bérénice Bejo, Louis Garrel

IMDb https://www.imdb.com/title/tt634244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6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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