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와 엠마 Billie and Emma (2018)

2019.09.17 23:41

DJUNA 조회 수:2397


사만다 리의 [빌리와 엠마]는 1995년 필리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1번인 빌리는 마닐라에서 살다가 여자아이와 사귀었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 이모가 종교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가톨릭 여학교로 보내집니다. 주인공 2번인 학교의 모범생 엠마는 빌리와 가까워지지만 그만 남자친구 사이에서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커다란 이슈 두 개를 꺼내 흔들어대는 영화입니다. 십대 여자아이들의 동성애와 혼전임신요. 배경이 필리핀 시골 마을의 가톨릭 여학교이니 둘 다 학교엔 엄청난 도전인 거죠. 그리고 이건 가톨릭 문화 속에서 살면서 그 억압을 직접적으로 체험한 사람들이 하는 진짜 이야기입니다. 요새 한국에서 나오는 가톨릭 페티시 영화와 종류가 다르죠. 영화가 닳디 닳은 가톨릭 시스템 사람들의 위선을 건드리는 장면은 그냥 통쾌합니다.

영화가 이 주제들을 다루는 방식을 나이브하다고, 지나치게 직설적이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굉장히 세련된 방식을 취하는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사만다 리는 굳이 그런 우회로를 택하면서 예쁘기만 한 영화를 만들 생각이 없습니다. [빌리와 엠마]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용감해요. 가장 놀라운 건 빌리와 엠마가 자신의 비밀을 감출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죠. 늘 [루비프루트 정글]을 부적처럼 끼고 다니는 빌리야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잃을 게 많은 모범생인 엠마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학교에서 폭로하는 장면은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영화는 엠마가 갈 수 있는 모든 길을 숨기지 않고 모두 모색하며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는 동안 영화는 아시아 청춘 로맨스 장르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거의 모든 일들을 합니다. [빌리와 엠마]는 중요한 메시지를 다루는 사회비판 영화이기도 하지만 귀여운 연애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회고적 분위기 때문에 그 촌스러운 귀여움이 더 살기도 해요. 아무래도 아날로그 시대에만 가능한 귀여움이라는 게 있단 말이죠. (19/09/17)

★★★

기타등등
감독 사만다 리의 나이가 몇인지 검색했는데, 그 정보를 얻는 데에는 실패했고, 지금은 필리핀의 유명한 모델이고 TV 호스트인 마리 자스민이란 분과 데이트 중이라고 하더군요. 마리 자스민의 옛 남자친구는 샘 밀비라는 배우였고. 어째 영화와 좀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감독: Samantha Lee, 배우: Gabby Padilla, Zar Donato, Beauty Gonzalez, Cielo Aquino, Ryle Paolo Santiago, Shiara Joy Diz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911257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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