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의 제비 Les hirondelles de Kaboul (2019)

2019.10.19 23:58

DJUNA 조회 수:2908


[카불의 제비]는 고통받는 아시아 사람들이 나오는 또다른 프랑스어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작년 부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도 비슷한 영화를 봤는데 말이죠. 하지만 이번 영화의 원작은 프랑스어 소설입니다. 야스미나 카드라라는 알제리 작가의 작품이지요. 작가의 본명은 모하메드 모울세훌인데, 알제리 군장교로 몇십 년 동안 일하는 동안 아내 이름으로 필명으로 소설을 썼습니다. 군검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우리나라에는 [테러]라는 소설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지만 탈레반 정권 당시 아프가니스탄이 배경입니다. 두 커플이 주인공이에요. 주나이라와 모센은 젊은 커플입니다. 아티크는 여자교도소 간수이고 병으로 죽어가는 아내 무사라트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주나이라와 모센은 열정적인 연인이지만 아티크는 아내 무사라트를 단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습니다. 전쟁 때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간호사여서 의무감에 결혼을 했을 뿐이죠. 사연이 어떻건 네 사람은 모두 불행하기 짝이 없습니다. 탈레반 정권은 정상적인 사람들의 행복을 허락하지 않으니까요.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극단주의 이슬람교의 여성혐오입니다. 네 사람의 모든 불행이 다 여기에서 시작되지요.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인 주나이라는 부르카를 착용하기 싫어 자발적인 감금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티크는 직업상 투석형에 처해지는 여자들을 보아야 합니다. 이런 식이에요. 여자들은 고통받거나 감금당하고, 남자들은 그런 여자들을 보고 괴로워합니다. 사실 전 남자들이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야기의 키를 쥐는 건 진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어야 하지요. 그런데 이 영화는 여자들의 고통과 분노를 잘 보여주면서도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고 어느 순간에 멈추어버립니다. 우리는 이 영화의 여자들에 대해 남자들만큼 잘 알지 못해요. 이게 이 영화의 한계 같습니다. 아마 원작이 한계겠지요.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둘은 모두 여성입니다. 원작이 영화로 옮겨지면서 어떤 줄다리기가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고통스러운 이야기지만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카불의 제비]는 관객들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대중영화예요. 탈레반 정권 당시 카불 시민의 고통을 산문적으로 나열하는 대신 아주 극적인 드라마들을 배치해서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로 만들었지요. 검색해보니 야스미나 카드라는 추리작가로서도 경력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클라이맥스로 가는 길은 조금 섬뜩하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솔직히 말해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거의 수채화와 같은 담담한 그림체로 그려진 영화입니다. 모래색 주변을 맴도는 억누른 색조의 덤덤한 그림 덕택에 실사였다면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끔찍한 폭력이 조금 더 견딜만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이 영화의 폭력을 약화시켰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게 가능한지도 모르겠고요. (19/10/19)

★★★

기타등등
이런 영화를 볼 때 프랑스 배우들이 성우를 하는 게 조금씩 신경 쓰였는데, 이 영화는 캐스팅에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히암 압바스의 이름이 보이네요.


감독: Zabou Breitman, Eléa Gobbé-Mévellec, 배우: Simon Abkarian, Zita Hanrot, Swann Arlaud, Hiam Abbass, Jean-Claude Deret, 다른 제목: The Swallows of Kabul

IMDb https://www.imdb.com/title/tt753410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5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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