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서 In This Our Life (1942)

2019.10.27 23:57

DJUNA 조회 수:1481


[우리의 삶에서]는 [몰타의 매]를 이은 존 휴스턴의 두 번째 감독작입니다. 하지만 휴스턴이 촬영 중간에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바람에, 라울 월시가 상당부분을 감독했다고 합니다.

엘렌 글래스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941년에 출판되고 다음 해에 퓰리처상을 받았어요. 그 해에 영화판이 나왔고요. 지금도 많이 읽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존에 가보니 아직 책을 팔고 있고 독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더군요. 영화판보다 훨씬 어둡고 도발적이라고 하는데, 전 영화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글래스고가 영화판을 별로 안 좋아했고, 베티 데이비스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은 덧붙여야겠습니다. 헤이즈 규약을 따른 할리우드식으로 얌전한 영화였던 거죠. 그래도 1943년까지 해외수출이 금지되었었답니다.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을 다루었다는 이유만으로요. 어이가 없죠.

리치몬드의 상류 사회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로이와 스탠리는 자매입니다. 로이를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스탠리를 베티 데이비스가 연기하고 있으니 둘의 캐릭터를 짐작하실 수 있겠죠. 영화가 시작되면 스탠리는 로이의 남편 피터와 함께 달아납니다. 피터는 죄의식에 시달리다 자살하고 스탠리는 집으로 돌아와요. 그러는 동안 스탠리의 약혼자인 크레이그와 로이는 연인이 됩니다. 그리고 스탠리는 뺑소니 사고를 내고 자기 잘못을 크레이그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흑인 청년 페리에게 뒤집어 씌웁니다.

일단 잘 만든 영화입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이 가장 잘 돌아갈 때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원작의 날씬한 공장생산품이지요. 각색이 맘에 안 들었고 스탠리 대신 로이를 연기하고 싶어했으며 휴스턴 자리를 물려받은 월시와 사이도 안 좋았다지만 베티 데이비스의 연기는 여기서도 끝내줍니다.

단지 존 40년대의 관객과 다른 식으로 이 영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당시 관객 모두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을 보았을 것이고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페리에게 닥친 부당한 대우에 분노했겠지요. 하지만 전 그걸 넘어 이 영화의 우선순위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인종차별적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변호사 공부를 준비하는 성실한 청년 페리가 백인이 저지른 죄를 뒤집어 썼다는 것이고, 그 백인이 속한 가족의 장황한 사연은 그에 비하면 전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죠. 아마 이건 논쟁적인 소재를 다룬 4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한계일 것입니다. (19/10/27)

★★★

기타등등
페리 역을 맡은 어네스트 앤더슨은 영화사에서 일하다가 베티 데이비스의 눈에 들어서 오디션을 보았다고 합니다. 앤더슨은 휴스턴을 설득해 원래 각본에 있던 인종차별적인 대사를 수정하기도 했다는군요.


감독: John Huston, Raoul Walsh, 배우: Bette Davis, Olivia de Havilland, Charles Coburn, George Brent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3489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4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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