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과 롤라 Carmen y Lola (2018)

2019.11.16 23:35

DJUNA 조회 수:1763


카르멘과 롤라는 사랑에 빠진 두 십대 여자아이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카르멘은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생각했고 롤라는 오래 전부터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았는데, 둘이 친해지면서 카르멘도 롤라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문제는 롤라가 카르멘 약혼자의 사촌이라는 것이죠.

굉장히 도식적인 갈등입니다. 그런데 십대 여자아이와 약혼자라는 단어의 결합이 눈에 들어오네요. 현대 마드리드 교외에 사는 아이들에게 이게 무슨 일인가요. 두 아이들은 집시입니다. 로마니. 근데 이 영화에선 자신을 로마니라고 부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카르멘과 롤라]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건 역시 집시 커뮤니티의 묘사입니다. 학교 다니는 아이들도 별로 없고, 문맹률도 높고, 여자들은 일찍 결혼해야 하고, 다들 고리타분한 기독교 신자이고. 숨이 막혀 커뮤니티 밖으로 나가면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여자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미용사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그 직업을 따내는 것도 쉽지 않지요. 카르멘은 이 세계에서 그럭저럭 적응하려 하지만 롤라는 그러지 않습니다. 대학을 꿈꾸고 있고 동성애자로 정체화되어 있지요. 롤라를 사랑하게 되면서 카르멘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이 삶의 루트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당연히 세련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들은 유럽에 살고 있지만 유럽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이 겪는 길은 이 영화 장르, 그러니까 십대 동성애자들이 주인공인 로맨스에서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어쩔 수 있나요. 이들은 남들이 다 겪은 일들을 거칠고 투박하게 다시 다 겪어야 합니다. 인생은 장르가 아니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가 진부하고 투박하다고 비판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좀 암담하게 끝납니다. 커뮤니티 안에서는 해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고 보호자도 없는 두 주인공들이 세상 밖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영화는 이들이 그 동안 자립할 만큼 충분히 컸으니 믿어보라고 합니다만... (19/11/16)

★★★

기타등등
현대 유럽 집시 커뮤니티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가 정말 드문 것 같습니다. 저에겐 이게 처음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전에 [집시의 시간]을 보긴 했군요. 하여간 이런 영화들이 있다고 합니다.

https://www.bfi.org.uk/news-opinion/news-bfi/lists/10-great-films-about-gypsies-travellers


감독: Arantxa Echevarría, 배우: Moreno Borja, Carolina Yuste, Rosy Rodríguez, Zaira Morales, Rafaela León, 다른 제목: Carmen & Lola

IMDb https://www.imdb.com/title/tt748550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5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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