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 Judy (2019)

2020.02.04 19:41

DJUNA 조회 수:3384


여러분이 주디 갈란드의 말년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다섯 번의 결혼은 모두 실패였고, 번 돈은 다 날렸고, 자살 시도에 약물 중독. 업계의 평판도 안 좋아지고 있었고, 결국 47살에 악물 남용으로 죽었어요.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 있고, 나이 든 할리우드 디바에 약한 저 같은 사람은 그런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보러 가고.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에게 할리우드의 전설을 연기한다는 것은 배우에게 매력적인 도전입니다.

루퍼트 굴드의 [주디]는 피터 퀼터의 연극 [무지개의 끝]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주디 갈란드의 말년, 그러니까 죽기 몇 개월 전, Talk of the Town이라는 런던 나이트클럽에서 5주 공연을 했을 때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예요. 이 공연은 갈란드의 말년이 얼마나 바닥을 쳤는지 보여주는 사건이었는데, 좋을 때는 아주 좋았지만, 갈란드는 지각을 밥먹듯 했고 종종 공연을 빠지기도 했으며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욕을 하거나 관객들이 던진 물건에 얻어맞기도 했대요. 그 동안 갈란드는 새파랗게 젊은 남자와 결혼을 했고, 그 남자는 아니나 다를까, 참 별볼일 없는 남자였고요... 영화 내용이 다 이런 식입니다. 여러분이 갈란드에 대해 전혀 몰라도 어디서 여러 번 들은 거 같죠.

여기서 중요한 건 스토리 자체가 아닙니다. 이미 정해진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영화니까요. 진짜로 중요한 건 주디 갈란드라는 인물을 좋은 배우를 통해 최대한 그럴싸하게 재현하는 것이죠. 이미 마릴린 먼로와 글로리아 그레이엄이 그런 식의 재현 과정을 거쳤습니다. 하지만 주디 갈란드의 경우는 조금 더 까다로워요. 이 사람은 훌륭한 배우이기도 했지만 진짜로 훌륭한 가수였단 말입니다. 연기를 재현하는 것, 사생활을 재창조하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있는데, 노래는 어떻게 하죠?

놀랍게도 이 영화의 주연 르네 젤뤼거는 노래를 직접 불렀습니다. 젤뤼거는 이미 [시카고]에서 훌륭한 뮤지컬 연기를 보여준 적 있습니다. 하지만 전설적인 가수를 연기하는 건 또 다른 일이죠. 어떻게 봐도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결과는 굉장히 좋아요. 물론 갈란드가 도달한 가수로서의 정점을 찍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젤뤼거가 해석한 갈란드 연기의 일부로 보면 그냥 훌륭해요.

젤뤼거의 연기는 거의 완벽한 할리우드 성대모사극입니다. 최대한 주디 갈란드의 특성을 살렸어요. 분장도 상당히 그럴싸하게 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르네 젤뤼거의 연기입니다. 갈란드의 유령이 슬쩍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것 같은 오싹한 강령술이 이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젤뤼거의 개성이 사라지지는 않아요. 무엇보다 반 세기 전 살아 숨쉬었던 사람의 절망감, 고통, 생명력, 과절이 그대로 담겨있어요. 오로지 배우의 존재와 재능만으로 관객들을 울컥하게 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모두 주디 갈란드의 배경으로 존재합니다. 젤뤼거를 제외하고 보면 그렇게 도전적인 영화는 아니에요. 하지만 어떤 때는 스타를 위해 무대를 비워줄 필요가 있는 법이죠. (20/02/04)

★★★

기타등등
할리우드 스타를 주인공으로 세운 영국 영화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지 않아요?


감독: Rupert Goold, 배우: Renée Zellweger, Finn Wittrock, Jessie Buckley, Rufus Sewell, Michael Gambon

IMDb https://www.imdb.com/title/tt754999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7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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