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맨 Candyman (1992)

2020.03.16 18:56

DJUNA 조회 수:1134


버나드 로즈의 [캔디맨]은 클라이브 바커의 단편 [The Forbidden]을 각색한 작품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캔디맨] 이야기의 상당부분은 각색 과정 중 첨가된 것입니다. 원작은 리버풀이 무대이고 주인공 헬렌은 그래피티를 연구하는 대학생이고 결정적으로 소설 속 캔디맨은 흑인이 아니에요. 원작이 중점적으로 다루는 도시전설의 소재를 미국 인종차별 역사, 카브리니 그린이라는 시카고의 공간과 연결시킨 건 버나드 로즈 몫이었죠. 그러다보니 영화는 흑인서사가 되었고 결국 조던 필 제작, 니아 다코스타 감독의 속편이 나옵니다. 그 전에도 속편들이 나오긴 했는데... 전 못 봤어요. 본편 이야기만 하기로 하죠.

주인공 이름은 원작에서처럼 헬렌 라일. 시카고에 살고 있고 대학교수인 남편이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친구인 버나데트와 함께 도시전설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어요. 시카고의 악명높은 빈민가인 카브리니 그린을 떠도는 캔디맨 전설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그곳에서는 최근까지 캔디맨이 저질렀다는 살인이 일어난 곳이지요. 추적 중 헬렌은 자신이 캔디맨이라고 주장하는 불량배들의 습격을 받고 이들은 체포됩니다.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진짜 캔디맨이 헬렌에게 나타납니다.

도시전설에 대해 아주 직설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영화입니다. 도시전설은 어떻게 나타나고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는가? 사실적인 이야기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지만, 클라이브 바커는 환상소설가이기 때문에 도시전설의 주인공을 보다 실제에 가까운 존재로 만들지요. 영화 속 캔디맨은 자신을 만든 이야기 안에 갇혀있지만 자신의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현실세계에 영향력을 휘두르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재수없게 캔디맨의 이름을 다섯 번 부른 헬렌은 이 영향력 속에 말려들지요.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초자연적인 호러를 더한 히치콕식 이야기입니다. 주변에서는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헬렌은 살인 누명을 씁니다. 근데 이게 누명이 맞긴 한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우린 헬렌 관점에서 이 이야기를 볼 수 있을 뿐이고, 이 사람은 척 봐도 [인비저블 맨]의 세실리아보다 훨씬 믿음이 안 갑니다. 그러고보니 이 두 영화는 꽤 비슷해요. 제목은 아무개맨이지만 주인공은 그 아무개맨에게 고통받는 여자들. 그리고 아무도 이들의 이야기를 믿지 않아요.

영화가 인종과 성을 다루는 방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기도 하고 불편함의 원인이기도 해요. 캔디맨 도시전설은 19세기에 일어났던 끔찍한 인종차별적 살인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를 통해 태어난 도시전설 캔디맨은 실존인물이 가졌을 법한 선명한 복수의 동기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도시전설을 유지시켜 살아남는 것이 목표이고 그게 살인의 동기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헬렌이 여기에 엮이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끔찍한 스토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여자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여전히 헬렌은 (자기가 인식하는 한계 안에서) 윤리적으로 올바른 일을 하려고 최선을 다하며 캔디맨에게 맞섭니다. 그리고 그 노력이 결말로 이어지지요.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은 도시전설의 논리 안에서는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없어요.

[캔디맨]은 80년대 슬래셔 유행의 끝물에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속편이 나오긴 했지만 시리즈로서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영화만을 따진다면 더 인기있는 시리즈를 낳은 영화보다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도 많은 작품이지요. 앞에서 말했지만 전 이 영화가 이 영화로 완결되는 헬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캔디맨이 나오는 이후의 속편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다코스타는 여기서 새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도 있겠지요. 예를 들어서 헬렌의 '백인구원자'로서의 역할을 다시 볼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20/03/16)

★★★

기타등등
다코스타의 영화는 'spiritual sequel'로 홍보되고 있는 모양인데, 그게 무슨 소리인지요. 앤 마리의 아들이 주인공이고 캔디맨과 헬렌이 모두 나온다면 그냥 속편 아닌가?


감독: Bernard Rose, 배우: Virginia Madsen, Tony Todd, Xander Berkeley, Kasi Lemmons, Vanessa Williams

IMDb https://www.imdb.com/title/tt0103919/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04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