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A. 웰먼의 1942년작 [선더 버즈]는 제2차 세계대전 전쟁 선전 영화입니다. 단지 전쟁 자체를 묘사하지는 않아요. 아리조나에 있는 비행사 훈련장이 무대지요. 그냥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한 결과물입니다. 웰먼은 제1차 세계대전 참전 경력이 있는 파일럿이고 아카데미 상을 받은 전쟁 영화를 찍은 경력이 있으니까요.

영화는 남주 1번인 스티브 브릿이 훈련장에 도착하면서 시작됩니다. 브릿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영웅이었고 유명한 비행사지만 참전하기엔 나이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교관이 되어 비행사들을 양성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훈련생 중 한 명인 영국인 피터 스택하우스는 브릿과 제1차 세계대전 때 같이 싸웠던 전우의 아들인데, 두 사람은 모두 근처 목장에 사는 케이 손더스라는 여자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사람은 테크닉컬러 진 티어니고요.

웰먼 영화이기 때문에 이 세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날카롭지 않습니다. 웰먼의 아카데미상 수상작인 [날개]를 상상하시면 되겠습니다. 두 남자 사이엔 질투심이 싹트지만 서로에 대한 호감을 지울 정도는 아니지요. 전우의 아들에 대한 책임감, 교관의 책임감, 어떻게든 비행사가 되어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는 의무감도 막을 수 없습니다. 단지 왜 멀쩡하게 의사로 일하던 사람이 갑자기 비행사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합니다. 아무리 동생이 전쟁에서 죽었다고 해도 자기가 가장 잘 하는 걸 해야죠. 고소공포증도 있고 반사신경도 느리다면서요. 물론 알고 봤더니 비행사의 자질이 있고 브릿이 그걸 알아봤다는 식으로 풀어가지만요.

대단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당시 20세기 폭스사 보스였던 대릴 F. 자눅이 원안을 썼다고 하던데, 누가 썼다고 해도 로케이션이 먼저였을 것이고 이야기는 거기에 맞추어 허겁지겁 나왔겠지요. 단지 웰먼은 여전히 비행이 뭔지 알고 이를 어떻게 찍을 줄도 아는 사람이라 비행장면은 좋습니다. 그리고 동시대 로케이션을 활용한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생생한 현장감이 있습니다. 도입부는 그냥 다큐멘터리고요. (20/05/18)

★★☆

기타등등
이 영화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사람들은 중국인 훈련생들. 중국인, 영국인, 미국인들이 함께 쓰는 곳입니다. 이들이 미국에서 훈련받는 이유로 난징 대학살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기대도 안 했지만 처음에 길을 알려주는 사람 빼면 영어 대사가 있는 사람은 없어요.


감독: William A. Wellman, 배우: Gene Tierney, Preston Foster, John Sutton, Jack Holt, May Whitty, George Barbier, Richard Haydn, Reginald Denny, Ted North , Janis Cart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3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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