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들의 왕 King of the Zombies (1941)

2020.05.23 00:12

DJUNA 조회 수:423


진 야브로의 [좀비들의 왕]을 보았습니다. 1941년에 만들어진 호러 코미디예요. 야브로는 당시 코미디와 호러 장르 양쪽 모두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사람입니다. 애봇 & 코스텔로 콤비와는 영화를 다섯 편이나 함께 만들었고 텔레비전으로 영역을 옮긴 뒤에도 여전히 이 콤비와 함께 일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이 영화와 별 상관이 없는 정보군요.

영화는 세 남자가 탄 비행기가 카리브해의 작은 섬에 불시착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남자들은 비행사 맥, 승객인 빌 서머스, 서머스의 흑인 하인 제프지요. 다행히도 근처에는 미클로쉬 상그레라는 과학자가 사는 대저택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프 생각엔 그 집에 좀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백인 남자들은 처음엔 좀비가 뭐냐고 묻고 나중엔 그런 게 어디 있느냐고 비웃지만 말이죠. 하지만 좀비는 당연히 있었고, 저택에서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지만 아직 일본이 진주만을 침공하기 전에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상그레 박사는 암만 봐도 나치이고 독일의 스파이지만, 영화는 이를 굳이 밝힐 생각은 없어요. 적당히 분위기만 흘릴 뿐이지요. 당시 미국에서는 친독일 분위기가 상당히 강한 편이라, 이런 식으로 적국의 정체를 흐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호러, 코미디, 첩보의 장르가 뒤섞여 있는 영화지요. 기본적으로는 두 장르의 재료를 이용해 만든 코미디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호러 영화팬들에게 중요한 건, 이 영화가 초창기 (부두) 좀비 영화라는 것이지요. 얼마나 초창기냐면, 여전히 영화 관객들이 좀비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치고 긴 설명을 하는 영화입니다. 좀비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단계가 40년대 초반까지 갔던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영화의 인종차별과 흑인 배우의 비중입니다. 제프는 누가 봐도 다소 모욕적인 흑인 스테레오타이프입니다. 하지만 제프를 연기한 만탄 모얼랜드는 당시 최고의 흑인 코미디언이었고 이 영화가 나온 1941년만 해도 출연작이 17편이나 나왔습니다. 여전히 캐릭터가 인종차별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배우도 모얼랜드이고 가장 재미있는 부분도 이 배우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오프닝 크레딧에 이름도 크게 박혀 있고요. 사실 공식적 남주 얼굴은 기억도 잘 안 나요. 그러니까 할리우드의 흑인 배우들이 어쩔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 다양한 타협과 투쟁을 모두 하며 이룬 업적 중 하나인 것입니다. (20/05/23)

★★☆

기타등등
1. [좀비들의 복수]라는 속편이 나왔는데, 겹치는 캐릭터는 제프뿐입니다. 스토리는 거의 리메이크라고 할만큼 이 영화와 비슷하다고 하더군요.

2.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 지명을 받았습니다. IMDb의 트리비아에 따르면 2011까지 아카데미 후보 지명을 하나라도 받은 유일한 좀비 영화라고 하더군요. 그 뒤는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3. 상그레 박사는 벨라 루고시를 염두에 두고 만든 캐릭터였는데, 루고시는 거절했던 모양입니다.


감독: Jean Yarbrough, 배우: Dick Purcell, Joan Woodbury, Mantan Moreland, Henry Victor, John Archer, Patricia Stacey, Guy Usher, Marguerite Whitten, Leigh Whipper, Madame Sul-Te-Wan, James Davis, Laurence Criner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33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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