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더 제네시스 Fast Color (2018)

2020.06.15 00:01

DJUNA 조회 수:1466


줄리아 하트의 [패스트 컬러]가 [유전: 더 제네시스]라는 이상한 제목을 달고 들어왔습니다. 극장개봉된 건 아니고 VOD로 들어왔지요. 요샌 이걸 디지털 개봉이라고 하던데. [유전]의 인기에 등을 업으려는 생각이었던 거 같은데 정말 멋없고 못생긴 제목이라 말하기 싫습니다. 게다가 자막에는 그냥 [패스트 컬러]라고 나와있단 말이죠.

시대배경은 근미래입니다. (아마도 미국엔) 8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황량한 미국 중서부를 떠돌고 있는 주인공 루스는 저주나 병에 가까운 능력이 있는데, 갑자기 일어나는 발작이 지진을 유도하는 거죠. 정부의 비밀요원들에 쫓기던 루스는 어머니 보와 딸 라일라가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보와 라일라도 초능력자예요. 이들은 물체를 분해했다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요. 그리고 우리는 영화가 진행되는 이들 가족의 사연을 조금씩 알게 됩니다.

슈퍼히어로 영화입니다. 그 중에서도 아주 고전적인 부류지요. 코믹북 슈퍼히어로가 나오기 훨씬 전에 SF 문학에서 정립된 클리셰들이 잔뜩 나옵니다. 정부 요원들에게 쫓기는 초능력자 클리셰는 그 중 가장 익숙한 것이고요. 설정 자체는 그리 새롭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영화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전혀 다른 근육을 씁니다. 어느 정도는 제작 조건 때문이었을 거예요. 현란한 액션에 돈을 들일 여유는 없었을 테니까요. 영화에서 액션은 그리 많지 않으며, 히어로와 빌런의 대결구도도 없습니다. 정부 요원들은 귀찮은 사람들이지만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악당은 아니지요. 대신 영화는 주인공들의 내면과 이들이 살아온 사회적 환경에 집중합니다.

여기서 인종은 미묘한 역할을 합니다. 영화의 대사만 보면 보, 루스, 라일라가 흑인이라는 걸 밝히는 대사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 사람이 나오는 장면만 보면 이 모든 게 인종문제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예제와 인종차별의 세계를 대를 이어 살아오면서 자신의 능력을 감추어야 했던 흑인 여자들의 계보에 대한 이야기지요. 그러다보니 우린 겉으로 드러난 대사 이상의 드라마를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보게 되고 비폭력적인 결말 역시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그 결과물은 옥타비아 버틀러와 같은 흑인 여성 작가의 SF 소설을 각색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아, N. K. 제미신도. 주인공에게 지진을 일으키는 능력이 있잖아요. 정작 감독 줄리아 하트와 공동각본가인 남편 조나단 호로위츠는 백인이지만요. (20/06/15)

★★★☆

기타등등
아마존에서 시리즈를 계획 중이라고 합니다. 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제작을 맡을 예정이고 하트와 호로위츠가 각본가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감독: Julia Hart, 배우: Gugu Mbatha-Raw, David Strathairn, Lorraine Toussaint, Christopher Denham , Saniyya Sidney, 다른 제목: 패스트 컬러

IMDb https://www.imdb.com/title/tt6418778/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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