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가족 (2020)

2020.06.24 23:55

DJUNA 조회 수:2757


오늘 시사회에서 본 영화는 장재일의 [불량한 가족]. 촬영 당시 가제는 [로드 패밀리]였더군요. 이 제목으로 검색해보면 2018년 말에 박초롱과 김다예가 촬영장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걸립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유리라는 고등학생입니다. 점점 실력이 떨어져가고 학교에서는 다른 학생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어요. 부모는 이혼했고, 아버지 현두는 사업이 망한 뒤로 택배기사를 하고 있고요. 어느 날, 다른 아이들의 함정에 빠진 유리는 낯선 폐건물에 들어가는데, 거기서 모텔 목욕 가운 차림의 다혜라는 여자애를 만납니다. 둘은 친구가 되고, 유리는 대국이라는 남자가 '아빠'인 가출팸 사람들을 알게 됩니다.

좋은 의도를 갖고 심각한 질문을 하는 선량한 영화입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정상가족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우린 무엇이 올바른 가족인지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가. 하지만 영화가 이 질문에 대한 의미있는 답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답변을 하기엔 너무 가벼운 작품이에요.

가장 큰 문제는 영화가 수위 검열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청소년들은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어요. 그 중 일부는 중대한 범죄와 연결되어 있고요. 이들은 쉽게 해결하거나 가볍게 다룰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영화 속 세계의 거친 면을 똑바로 보지 않아요. 이 세계를 안전하고 예쁘장하게 만들지요. 이런 식의 접근법이 금지된 건 아닌데 그래도 깊이를 잃어서는 안 되지요. 이미 가출팸에 대한 훨씬 좋은 영화들이 나와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지금(그 중 하나는 감독 때문에 볼드모트가 되었지만), 이 영화가 얄팍함은 더 눈에 뜨일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는 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관념적이고 피상적으로 접근합니다. 질문이 너무 넓어서인 거 같아요. 모든 질문을 다 하고 거기에 답을 답을 할 필요가 없는데, 영화는 가족이라는 큰 주제를 버릴 생각이 없습니다. 그 때문에 영화는 가족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여러 소재들 사이를 방황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디테일이 약합니다. 이 영화의 가출팸은 지나치게 예쁘게 그려질 뿐만 아니라 전혀 그럴싸해보이지 않습니다. 꼭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도 허구의 세계 안에서 자기식으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영화는 그게 부족해요. 그러니까 제 말은, 며칠 동안 집을 떠나 헤매는 아이들이 미용실에서 풀메이크업을 하고 나온 아이돌처럼 보인다면 문제가 있단 말이죠. 이건 가출팸의 묘사만 그런 게 아니에요. 바이올린 전공의 예고 출신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았으면서 클래식 음악의 묘사가 심각할 정도로 약해요. 만든 사람들이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고 바이올리니스트의 피상적인 이미지만 빌려왔다는 티가 너무 심하게 납니다. 이건 클래식만 유달리 그런 거 같아요. 다른 장르의 음악을 다루었다면 이보다는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았을까요.

가능성이 없는 재료는 아니었던 거 같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위에서 제가 언급한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고 유리와 다혜의 관계도 지금보다 훨씬 재미있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최대한 활용하려면 지금 완성된 영화가 이중 삼중으로 친 안전망을 치우고 덜 건전해졌어야 했어요. 지금은 지상파 특집극에 수위 낮은 아이돌 팬픽이 삽입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20/06/24)

★★

기타등등
화면비율은 2:1입니다.


감독: 장재일, 배우: 박초롱, 박원상, 김다예, 도지한, 다른 제목: 로드 패밀리, Poor Family

Hancinema https://www.hancinema.net/korean_movie_Poor_Family-picture_gallery.html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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