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톤 테이프 The Stone Tape (1972)

2020.08.24 20:16

DJUNA 조회 수:731


[더 스톤 테이프]는 1972년 크리스마스에 방영된 BBC 단막극입니다. [쿼터매스] 시리즈의 작가 나이젤 닐이 BBC에서 작업한 마지막 작품이었어요. 당시 드라마가 대부분 그렇듯, 지금 보면 참 저예산입니다. 야외장면만 16밀리 필름으로 찍고, 실내장면은 스튜디오 안에서 비디오 테이프로 찍었지요. 20세기엔 그렇게 찍은 드라마가 많았답니다.

라이언 전자라는 회사의 연구원들이 버려진 빅토리아조 저택을 사들여 연구실을 세우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이곳은 원래부터 귀신들린 곳이라는 소문이 돌았어요. 영매 능력이 있는 질 그릴리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지하실에서 여자 유령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그 유령의 비명소리를 듣습니다. 팀의 리더인 피터 브록은 그들이 갖고 있는 장비를 갖고 이 현상을 연구하자고 결정합니다.

중간에 브록은 ‘과학적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들이 본 건 유령이 아니었어요. 저택의 벽이 비디오 테이프처럼 과거에 있었던 비극을 녹화했고 이 반복되는 신호를 예민한 사람들이 보고 들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브록은 이 이론을 전자기술에 적용하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대부분 그렇듯 끝이 좋지 않습니다.

70년대 영국인들이 굉장히 무서워하며 보았던 드라마입니다. 이런 드라마들이 대부분 그렇듯 지금은 그렇게 무섭지는 않아요. 그리고 나이젤 닐의 의도도 깜짝쇼로 시청자들을 놀래키는 것과 거리가 멀었어요. 호러보다는 SF에 더 기울어진 작품입니다. 미지의 현상과 마주친 과학기술자들이 그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을 만들고 입증하려는 과정이 주를 이루지요. SF와 호러를 접목하려는 시도야 흔하지만, 닐은 조금 더 진지합니다. 초자연현상으로 보이는 사건을 과학으로 설명하는 것에 멈추지 않고, 이를 실용적인 기술에 적용할 가능성까지 제시합니다. 여기서 유령 현상은 이론상 제3자의 실험을 통해 재현할 수 있어요. 드라마 안에선 잘 풀리지 않지만요.

초자연현상이 자연적으로 녹화된 영상과 사운드라는 가설은 닐이 만든 게 아니지만 [더 스톤 테이프]가 나오면서 인기를 끌었고 ‘스톤 테이프 가설’이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닐이 이를 진지하게 생각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이론은 드라마 안에서는 좋은 SF 소재지만, 드라마 바깥에서는 그냥 유사과학이지요. 전 이걸 그냥 SF 소재로 보는 게 닐과 [더 스톤 테이프]라는 드라마를 더 존중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20/08/24)

★★★

기타등등
1. 존 카펜터의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가 이 드라마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까봐 마틴 쿼터매스, 닐 대학 같은 오마주도 넣었지요. 하지만 닐은 그 영화를 보지 않았고 이걸 그렇게 좋게 생각하지도 않았대요. [할로윈 3] 각본 작업 때 악감정이 남아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때도 카펜터가 닐의 팬이라 데려온 건데.

2. 라이언 전자의 경쟁회사는 일본회사인데, 중간에 이들을 놀려대는 인종차별적인 제스처가 나옵니다.


감독: Peter Sasdy, 배우: Michael Bryant, Jane Asher, Iain Cuthbertson, Michael Bates, Reginald Marsh, Tom Chadbon, John Forgeham, Philip Trewinnard, James Cosmo, Neil Wilson, Christopher Banks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69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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