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Cô Ba Sài Gòn (2017)

2020.08.25 20:49

DJUNA 조회 수:1120


[디자이너]라는 베트남 영화를 보았습니다. 몇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고 제작자이자 배우였던 응오타인번이 직접 한국을 찾았었어요. [라스트 제다이]가 개봉될 무렵이었습니다. 그 때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까지 유명하지 않았던 때지요.

타임슬립 코미디입니다. 영화는 1969년 사이공에서 시작해요. 주인공인 니으 이는 아오자이로 유명한 탄 누 재단의 후계자입니다. 하지만 니으 이는 아오자이 대신 서양 패션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그 때문에 엄마 탄 마이와 계속 충돌하지요. 아, 성격도 안 좋아요.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만들어준 아오자이를 입은 니으 이는 갑자기 2017년 사이공으로 점프해 자살하려는 48년 뒤의 자신과 마주칩니다. 지금은 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미래의 니으 이는 서양의상을 시도하려던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탄 누 재단은 자기가 늘 깔보았던 재봉사에게 넘어갔어요. 곧 집이 넘어갈 판이라 니으 이는 재봉사의 딸인 헬렌의 회사로 들어갑니다. 헬렌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젊은 패션 디자이너로 성격이 니으 이 뺨칠 정도로 안 좋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신기했던 점. 1969년 베트남에서 시작하는 영화인데, 20세기 베트남의 역사가 전혀 반영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1969년의 사이공은 전쟁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미래에 온 주인공은 60년대 패션과 관련되어 우드스톡 이야기까지 꺼내는데, 정작 베트남전 이야기는 안 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60년대 베트남을 예쁘게 그리고 싶었는데 전쟁이 들어가면 분위기가 깨져서? 아니면 20세기의 베트남이 전쟁으로만 기억되는 게 싫어서였을 수도 있지요.

영화는 2017년 사이공(아무도 호치민시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거기 사람들은 여전히 많이들 사이공이라고 부른대요)을 현대적이고 화려한 패션의 중심지로 그립니다. 여기서 영화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대놓고 흉내내요. 헬렌은 미란다의 젊고 단순한 버전이지요. 성격 안 좋은 두 여자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그리 긴 편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 잽싸게 교훈을 얻고 성격을 고칩니다. 아쉬워요.

이중의 자긍심에 바탕을 둔 영화입니다.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는 패션강국인 현대국가 베트남에 대한 자긍심과 아오자이로 대표되는 베트남 전통에 대한 자긍심요. 영화 중반엔 이를 하나로 합칩니다. 니으 이는 아오자이를 만들라는 미션을 받게 되고 다시 탄 누 재단의 전통으로 돌아가게 되지요. 그렇게 말이 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주제를 위해 억지로 만든 티가 나지요. 하지만 그래도 이 자긍심은 진짜입니다.

현대 베트남 코미디는 처음이지만, 분위기는 익숙합니다. 동아시아 코미디 영화의 그 호들갑스럽고 종종 감상적인 특성이 이 영화에도 있지요. 차이가 있다면 연애 이야기가 완전히 빠져 있다는 거죠. 비중 있는 남자가 한 명 정도 나오긴 하는데, 중간중간에 옳은 말을 하고 주인공을 돕는 기계적인 기능밖에 없어요. 주인공은 어차피 과거로 다시 돌아가야 하니 연애를 하면 좀 이상해지긴 하겠지요. (20/08/25)

★★☆

기타등등
응오타인번은 주인공 엄마로 나옵니다. 너무 젊지요. 나오긴 나와야겠는데, 이 배우의 나이에 맞는 역이 없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감독: Kay Nguyen, Buu Loc Tran, 배우: Ninh Duong Lan Ngoc, Van Hong, Veronica Ngo, Diem My, Diem My 9x, Oanh Kieu, Tung Leo, Hai Trieu, Kaylee, Tu Thanh 다른 제목: The Tailor

IMDb https://www.imdb.com/title/tt751402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8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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