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를 위하여 Gloria Mundi (2019)

2020.11.04 22:24

DJUNA 조회 수:1025


로베르 게디기앙의 [글로리아를 위하여]는 마르세유에 사는 가족들 이야기입니다. 글로리아는 막 태어난 아기 이름이에요. 영화 주인공 이름을 땄다고 하는데, 그 글로리아는 존 카사베티스의 [글로리아]의 주인공일까요? 모르겠어요. 그 대사는 아마 아주 프랑스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이름을 정당화하기 위해 넣었겠지요. 이 영화의 원제는 [Gloria Mundi], 그러니까 '세상의 영광'이라는 뜻입니다. 자주 인용되는 라틴어 경구인 'Sic transit gloria mundi', 즉 '세상의 영광은 이렇게 사라진다'에서 따왔지요.

글로리아의 부모들은 지금 그렇게까지 사정이 좋지 못합니다. 딸이 태어난 뒤엔 더 심해졌지요. 엄마는 옷가게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는데 곧 잘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빠는 우버 드라이버로 일하는데, 택시 운전사들과 마찰이 있어요. 글로리아의 이모네는 사정이 좀 나아요. 가난하고 험악한 동네에서 전당포를 운영하는데, 그 곳 사람들의 물건을 헐값에 사들이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지요. 장사가 꽤 되어서 2호점을 낼 계획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인죄로 감옥에 있었던 글로리아 엄마의 친아빠인 다니엘이 출소합니다.

영화는 글로리아 주변 사람들을 오가면서 이들의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줍니다. 이들의 삶은 그렇게 행복한 편이 아닙니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올바른 삶을 살고 있지 않고요. 그나마 허름한 호텔에 머물며 시를 쓰는 다니엘만이 이 세계에서 어느 정도 평온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평온함은 곧 깨질 예정이지요. 어떻게요? 음, 보도자료의 줄거리 요약이 거의 스포일러 수준입니다. 하지만 보이 않았어도, 일이 어느 정도 잘 풀려가는 후반부엔 대충 영화가 다니엘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짐작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짐작이 맞아요.

다루는 소재와 캐릭터 때문에 켄 로치의 최근작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로치처럼 분노에 차서 지금의 노동 환경을 비판하는 영화는 아니에요. 현대 도시에서 힘겹게 일하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그들 중 몇 명은 정말 최악의 상황을 빠져들지만 구체적인 시스템 비판은 없습니다. 그리고 앞 문단에서 언급한 다니엘의 활용이 이 영화를 정말 관습적인 멜로드라마로 만들어버립니다. 왜 그랬는지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좀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어요. 이 식상함을 어느 정도 커버하는 것이 배우들의 앙상블이지만요. (20/11/04)

★★★

기타등등
다니엘의 아내 실비를 연기한 아리안 아스카리드는 이 영화로 베네치아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감독: Robert Guédiguian, 배우: Ariane Ascaride, Jean-Pierre Darroussin, Gérard Meylan, Anaïs Demoustier, Robinson Stévenin, Lola Naymark, Grégoire Leprince-Ringuet

IMDb https://www.imdb.com/title/tt958481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88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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