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의 아내 Supai no tsuma (2020)

2021.04.05 22:47

DJUNA 조회 수:1140


[스파이의 아내]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8K로 찍은 NHK 스페셜 드라마의 영화판입니다. 극장상영을 위해 화면비율을 1.77:1에서 1:85:1로 고쳤고 색감을 바꾸었더군요. 원작은 정말 텔레비전 드라마의 쨍한 화면인데 이걸 보다 영화스럽게 바꾸었습니다. 8K 텔레비전으로 봤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어요. 더 연극스러웠을까요? 편집은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르겠어요. 바뀌더라도 많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

하여간 텔레비전 드라마로 찍었다고 보면 많은 것이 이해가 되는 작품입니다. 세트도 그렇고 카메라 움직임도 그렇고 편집도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값싸게 느껴진다는 게 아니라 주어진 텔레비전 드라마의 제한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이 전체는 그냥 처음부터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스타일로 이어집니다. 이 작품은 영화에 대한 영화이기도 한데, 이 드라마적 특수성 때문에 소재가 되는 주인공들의 무성 영화가 더 영화스러운 이미지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시대배경은 1940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지만 아직 태평양 전쟁이 일어나기 전입니다. 고베의 무역상인 유사쿠는 만주에 갔다가 그곳에서 생체실험의 현장을 목격하고 이를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합니다. 아내 사토코는 이를 말리지만 결국 남편의 대의에 동참하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스포일러를 노출하지 않고 줄 수 있는 정보입니다.

굉장히 정치적인 이야기입니다. 정치적인 사건을 마주한 사람들의 정치적 선택을 다루고 있지요. 사건도 중요하고 그 선택도 중요합니다. 둘 다 모두 강한 드라마를 품고 있어요. 국가가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고, 국가의 배반자가 되어 조국의 범죄를 폭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여기에 대해 진지해요. 국가를 배반하려는 사람들, 이들을 막으려는 사람들 모두요.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이 모든 게 좀 맥거핀처럼 흐릅니다. 이게 영화의 괴상하게 매력적인 부분이에요. 직설적으로 정치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게 오묘하게 비정치적입니다. 이건 캐릭터와도 연결되어 있어요. 사토코와 유사쿠는 전쟁 중에도 제국주의의 광기에 휘말리지 않고 서구 문화의 사치를 즐기는 비정치적인 중산층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쾌락주의자이고 유미주의자입니다. 그리고 이 태도가 이들의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끼쳐요.

그러다 보니 이들은 우리가 정상적인 정치적 행동과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영역에서 계속 벗어납니다. 특정 지점을 넘어서면 '이들이 과연 일본을 탈출해서 일본의 생체실험을 폭로할 것인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가 완전히 심리를 해독할 수 없는 두 주인공은 이를 핑계로 삼아 계속 예상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해요. 종종 롤플레잉 게임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하죠. 하늘에서 연합군의 포탄이 떨어지는 후반부까지가면 "정말 일본 영화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여전히 이들은 정치적이지만 이들이 내리는 결론은 그리 상식적이지 못하고 무척 일본식으로 유미주의적입니다. "도대체 이게 뭐야?"라고 말이 나와도 이상하지는 않아요. 영화 자체가 그런 작품인 겁니다. 하긴 첩보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이치에 맞게 행동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21/04/05)

★★★☆

기타등등
극장에서 혼자 보았어요. 요샌 점점 이런 경험이 늘어나가요.


감독: Kiyoshi Kurosawa, 배우: Yû Aoi, Issey Takahashi, Masahiro Higashide, 현리, Yuri Tsunematsu, Chuck Johnson, Ryôta Bandô, Takashi Sasano, 다른 제목: Wife of a Spy

IMDb https://www.imdb.com/title/tt1191794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9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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