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빈의 끝에서 At the end of Evin (2020)

2021.07.25 17:16

DJUNA 조회 수:1356


이란(계) MTF 트랜스젠더에 대한 영화를 연달아 보았는데요. 그 중 이란 영화인 [에빈의 끝에서]는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었고 멜리에스국제연맹(MIFF) 아시아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다른 한 편은 미국영화인데, 이 작품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기로 할게요.

주인공인 아멘은 고향인 작은 마을을 떠나 테헤란으로 이사온 MTF 트랜스젠더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나세르라는 부자에게 제안을 받는데, 잠시 그 집의 눈 먼 할머니 앞에서 딸 노릇을 해준다면 수술비용을 제공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아멘은 그 사람들이 사는 저택에 머무는 동안 이 제안 뒤에 어두운 음모가 감추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20세기 중반 프랑스 추리소설에 나올 법한 이야기입니다. 이미 그런 책이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렇게까지 말은 안 되는 반전으로 끝나는 배배 꼬인 음모극요. 이 영화의 음모도 따지고 보면 구멍투성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현기증]이 말이 되는 영화라서 좋아하는 건 아니지 않나요. [에빈의 끝에서]는 그런 고풍스러운 매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이 고풍스러움은 이란이라는 나라 때문에 더 그럴싸하게 와닿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사는 세계가 뒤쳐진 시스템을 가진 비정상국가라는 걸 담담하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여기에 대해 종종 독기서린 농담도 던지지요. "'진짜 여자'라면 너보다 망명이 쉽단다" 같은 대사가 무심하게 나오는 작품입니다. 트랜스젠더가 주인공이지만, 영화는 이란 사회를 사는 여자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도 조용히 암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끝까지 등장하지 않는 나세르의 딸 아니는 분명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겠지요.

[호수의 여인]처럼 거의 1인칭으로 찍힌 영화입니다. 우리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멘의 얼굴을 볼 수 없어요. 종종 거울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그 거울은 깨져 있지요. 이는 관객에게 감정이입을 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지만 캐스팅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21/07/25)

★★★

기타등등
이란에서는 동성애는 엄격하게 금하고 있지만 성전환수술은 허용하고 있어요. 이 부분에서만 정치적으로 진보적이어서가 그런 게 아니라 엄격하게 구분되는 이성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타협인 거죠.


감독: Mehdi Torab-Beigi, Mohammad Torab-Beigi 배우: Mahdi Pakdel, Ra'na Azadivar, Ali Bagheri, Babak Karimi, Shabnam Dadkhah, Mehri Kazemi, Mohammad Motamedi, Farid Samavati

IMDb https://www.imdb.com/title/tt12698500/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06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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