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2021)

2021.08.03 00:19

DJUNA 조회 수:3154


류승완의 [모가디슈]는 소말리아 내전이 시작되었던 1991년, 남북한 외교관이 함께 모가디슈를 탈출한 실화를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캐릭터는 허구화되었고 많은 이야기가 창작되었을 거라 생각하는데, 의외로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액션 장면은 실화에 가깝더군요.

충무로에서는 종종 옛날에 봤던 할리우드 영화와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폭주할 때가 있는데 (설마 우리만 그럴까요) [모가디슈]도 그런 영화입니다. 여러 레퍼런스들이 떠올라요. [북경의 55일], [블랙 호크 다운], [아르고] 같은. 그러니까 제1세계 사람들이 후진국에서 개고생하다 탈출하거나 살아남는 이야기 말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그 '1세계 사람들'이 한국인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당시 정치적인 상황이 그려집니다. 부패할대로 부패한 바레 정권은 붕괴를 앞두고 있고, 대한민국의 UN 가입과 저지를 위해 남북한의 외교관들이 외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군이 모가디슈에 들어오고 약탈과 방화, 살인이 이어지자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상황은 무척 할리우드적인 방식으로 그려집니다. [모가디슈]의 기술적인 완성도는 빼어나고, 종종 이들이 레퍼런스로 삼은 할리우드 영화들과 맞먹거나 심지어 능가하기도 합니다. 특히 국가폭력의 묘사에서는요. 이건 한국 사람들이 정말 잘 할 수밖에 없는 소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게 있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지지리도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들이라는 것입니다. 영화는 이들이 배우 능력 이상으로 영어를 잘 한다는 허구를 심지 않는데, 이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이들을 필요 이상으로 미화하지도 않아요. 소위 '못사는 나라'에 온 한국인들 특유의 재수없음이 툭하면 튀어나옵니다. 이게 얼마나 의도한 것인지 몰라도 전 이게 꽤 사실적인 묘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들 캐릭터의 결함은 영화의 결함이 아닙니다. 원래부터 이들을 그렇게까지 열심하게 미화할 생각이 없는 각본이예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양한 결점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지요. 이들의 결점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중후반의 협력 과정이 더 감동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단지 여전히 '재수없음'이 남아있습니다. 여전히 이 영화는 역사적 격동기의 남의 나라에서 곤경에 빠진 외국인들 이야기거든요. 이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소말리아 사람들은 철저하게 배경으로 밀려나고, 탈출 장면에 이르면 정부군, 반군 심지어 시체를 구분하는 것도 무의미해집니다. 이들은 모두 하나로 묶여 비디오 게임의 장애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요.

2시간을 갖고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소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당연히 영화는 남북한 이야기에 집중을 해야지요. 하지만 과연 영화가 만들어지는 동안 소말리아 역사와 사람들에게 충분한 배려를 했는지 여전히 의문스럽습니다. 거의 모든 남북한 갈등이야기가 품고 있는 민족주의적 자기도취 때문에 이런 부분이 더 아슬아슬하게 느껴져요. 옛날 할리우드 사람들이 그런 영화를 만들었다면 우린 조금 더 예민할 의무가 있지 않을까요. (21/08/03)

★★★

기타등등
당시 소말리아 대사였던 강신성은 이 사건을 소재로 [탈출]이라는 소설을 썼습니다.


감독: 류승완, 배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정만식, 김재화, 박경혜, 다른 제목: Escape from Mogadishu,

IMDb https://www.imdb.com/title/tt1481069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9215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