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2021)

2021.09.17 00:54

DJUNA 조회 수:1784


이장훈의 [기적]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사라고 할 수 있는 양원역의 탄생요. 이 역이 있는 마을은 철도를 통하지 않고서는 외부로 나갈 수가 없는 곳이어서, 역을 세워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있었다고 합니다. 철도청의 허가가 떨어지자, 마을 사람들은 직접 임시승강장을 만들었어요. 그게 1988년 4월 1일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소재가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여기서 이야기를 끌어내기가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이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역을 세워달라는 요구를 꾸준히하다가 결국 직접 역 건물을 세운 마을 사람들의 의지와 노력일 것입니다. 당연히 집단 묘사가 중요합니다.

영화에는 이게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영화는 준경이라는 천재소년을 등장시킵니다. 공부를 안 해도 수학은 만점을 맞고 박사학위 논문을 읽는 친구입니다. 꾸준히 청와대에 간이역을 세워달라는 편지를 보내던 준경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 직접 역을 세웁니다.

준경은 다른 이야기에서는 괜찮은 주인공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닙니다. 진짜 주인공이어야 할 마을 사람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도 합니다만, 일단 참 서스펜스가 느껴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천재이고, 동네에서 가장 예쁜 여자아이가 여자친구입니다. 동네 사람들, 학교 선생님들, 심지어 여자친구의 아빠인 국회의원까지도 이 아이를 지원해주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남자주인공이 전우주의 우쭈쭈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우쭈쭈가 간이역의 건설과 무슨 상관이 있답니까?

영화는 준경이 마을을 떠날 생각이 없고 주어진 기회에도 소극적인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 설명에는 서술트릭을 이용한 반전 두 개가 동원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죄의식에 기반한 멜로드라마가 깔려 있지요. 부자간의 이야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지나치게 인위적이고 주인공 중심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캐스팅입니다. 박정민과 임윤아가 고등학생으로 나오는 영화입니다. 모두 자기 나이의 절반밖에 안 되는 아이를 연기하고 있지요. 임윤아씨야 아이돌이니까 나이를 초월한다고 우길 수도 있겠지만, 박정민은 암만 봐도 학교 다니는 30대 중반 아저씨입니다. 당연히 아무리 연기를 그럴싸하게 해도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의 고민과 갈등은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히 제가 모르는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이건 좀 심합니다. (21/09/17)

★★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가장 애정을 담아 묘사하는 여성 캐릭터는 임윤아가 연기하는 라희가 아니라 (여자친구 역이고 중반 이후엔 많이 나오지도 않습니다) 준경의 누나 보경을 연기하는 이수경입니다. 배우 좋고 연기도 좋고 캐스팅도 맞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이 캐릭터를 바라보고 이용하는 방식은 좀 징그럽습니다. 전우주가 남주를 우쭈쭈하는 영화의 한계입니다.


감독: 이장훈, 배우: 박정민, 이수경, 이성민, 윤아, 김강훈, 정문성, 김동현, 이동용, 다른 제목: Miracle: Letters to the President

IMDb https://www.imdb.com/title/tt14490546/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99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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