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선장 The Sea Wolf (1941)

2022.01.07 21:32

DJUNA 조회 수:1003


2022년 제가 처음 본 영화는 마이클 커티스의 [울프 선장]. 잭 런던의 소설 [The Sea-Wolf]를 각색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에도 [바다늑대] 또는 [바다의 늑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있어요. 읽는 동안 해양용어 때문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목의 울프 선장 또는 바다 늑대는 고스트호라는 배의 독재자인 울프 라센 선장입니다. 물에 빠졌다가 고스트호에 구조되고 거기서 억지로 일하게 된 작가 험프리 반 웨이든과 라센의 갈등과 대립이 소설의 내용을 구성하지요.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심리묘사의 비중이 커요.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 계급 출신이지만 똑똑하고 독서량도 만만치 않은 라센은 자기만의 비틀렸지만 굳건한 세계관을 갖고 있어서 두 사람의 대립은 두 세계관이 충돌하는 사상전이기도 합니다. 중반 이후 여성 시인 모드 브루스터가 구출되면서 소설엔 로맨스가 추가됩니다.

이 소설은 여러 차례 각색되었는데, 영화 중에서는 제가 본 마이클 커티스의 1941년작이 가장 유명합니다. [모두가 왕의 사람들], [육체와 영혼], [허슬러]의 감독인 로버트 로젠이 각본을 썼는데, 원작을 많이 바꾸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남자주인공을 분할한 것이지요. 고스트호의 반란 주모자 중 한 명인 조지 리치의 비중을 늘려서 두 번째 남자주인공으로 만들었습니다. 여자 주인공 루스 브루스터는 반 웨이든과 같은 배에 탔다가 구조된 것으로 바꾸었는데, 이 캐릭터는 시인 같은 건 아니고 샌프란시스코 여자교도소에서 달아난 탈옥범이에요. 로젠은 아무래도 드라마를 독학한 노동자 계급과 기득권 지식인의 대립 안에 가두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 원작과는 많이 다른 반 웨이든의 마지막 선택이지요.

소설이나 영화 모두 심리적 갈등의 비중이 큽니다. 그러니까 바다를 배경으로 한 호쾌한 모험담 같은 건 아니에요. 컴컴하고 비틀린 세계 안에서 어두운 영혼들이 충돌하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커티스는 이 드라마에 맞게 영화를 일중의 필름 누아르처럼 만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배라는 공간을 필름 누아르적 효과를 위해 이용한 것일 수도 있어요. 불안하게 흔들리는 카메라와 어둠은 20세기 초 배에서는 당연한 환경의 일부니까요.

에드워드 G. 로빈슨이 매우 로빈슨적인 으르렁거림으로 울프 라센을 연기합니다. 반 웨이든 역의 알렉산더 녹스, 조지 리치 역의 존 가필드는 보다 절제된 연기로 이에 맞서는데, 캐릭터의 수를 늘린 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싶어요. 캐릭터의 설정을 바꾼 것이 아이다 루피노의 연기에도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스크린 위에서는 더 극적이고 강렬해 보여요. (22/01/07)

★★★

기타등등
조지 리치의 역은 뭔래 조지 래프트에게 갔는데 역이 너무 작다고 거절당했답니다.


감독: Michael Curtiz, 배우: Edward G. Robinson, Ida Lupino, John Garfield, Alexander Knox, Gene Lockhart, Barry Fitzgerald, Stanley Ridges, David Bruce, Francis McDonald, Howard Da Silva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34162/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8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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