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폭스 Firefox (1982)

2022.01.07 22:42

DJUNA 조회 수:1273


[파이어폭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직 거장 감독 취급을 받기 전인 1980년대 초에 나온 스파이 스릴러입니다. 크레이그 토머스라는 영국의 첩보소설 작가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이고요. 소설의 이야기는 미그-25기를 타고 망명한 빅토르 벨렌코 사건에서 영향을 받은 거 같아요. 소설에서는 벨렌코 사건의 직접 언급이 있다고 합니다.

제목의 파이어폭스는 소련에서 만든 신무기의 암호명입니다. 지금 봐도 거의 SF스러운 물건이에요. 마하 6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뇌파를 읽을 수 있는 헬멧 때문에 비행전에서 몇 초의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적어도 설정상으로는 그렇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그냥 버튼을 누르는 게 빠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여간 정보를 입수한 미국과 영국은 뻔뻔스러운 계획을 세웁니다. 파이어폭스를 강도질해오는 거죠. 과연 이래도 되나? 스파이질에도 상도덕이 있는 게 아니었어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한 미첼 갠트는 베트남전 참전 이후 후유증을 앓고 있는 파일럿인데 (눈앞에서 베트남 여자아이가 미군 폭격으로 죽었어요) 어머니가 러시아인이라 러시아어를 하고 파이어폭스의 파일럿과 체격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작전에 투입됩니다. 갠트는 소극적이고 서툰 스파이라 영화에 007과는 다른 서스펜스를 제공합니다.

70년대 후반에 나온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무지 80년대스러운 영화입니다. 6,70년대의 스파이물은 냉전시대의 긴장감을 이용하면서도 그 은밀함과 모호함을 즐기는 편이었지요. 하지만 80년대부터 냉전구도를 다룬 영화들은 선악구도가 선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남의 나라에 가서 전투기를 훔쳐 온다는 뻔뻔스러운 아이디어가 먹힌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고요. 소련의 반유대주의와 기타 정치적 탄압 같은 것을 그려가며 (조력자 중 한 명의 아내는 체코 침공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12년 째 감옥에 있습니다) 이를 정당화하지만 갠트의 임무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강도질입니다.

스파이물로 시작된 영화는 갠트가 파이어폭스를 타고 달아나면서 항공 액션물로 전환됩니다. 전 어렸을 때 이 영화에 사용된 존 다익스트라의 특수효과가 불만이었는데, 지금 보니까 괜찮더라고요. 80년대 특수효과에 대한 향수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이야기의 긴장감은 스파이물일 때가 더 강합니다. 항공 액션 묘사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단조로운 편이지요. (22/01/07)

★★☆

기타등등
언어 사실성은 별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러시아 사람들은 아주 가끔만 러시아어를 합니다. 이스트우드도 러시아어 대사가 조금 있는데, 그렇게 좋지는 않았겠지요. 러시아어를 그럴싸하게 구사하는 할리우드 배우는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흉내내기가 어려운 언어라고 합니다.


감독: Clint Eastwood, 배우: Clint Eastwood, Freddie Jones, David Huffman, Warren Clarke, Ronald Lacey, Kenneth Colley, Klaus Löwitsch, Nigel Hawthorne, Stefan Schnabel, Thomas Hill, Clive Merrison, Kai Wulff, Dimitra Arliss, Austin Willis, Michael Currie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83943/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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