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는 좀 괴상한 이유로 과소평가되고 있는 영화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흥행에 히트했고 인기도 있었지만 곧 잊힌 작품이죠. 하지만 이건 착시현상입니다. 그렇지 않은 예라고 마블 영화 같은 걸 들면 좀 웃기잖아요. 일 년에 몇 편씩 영화와 드라마를 쏟아붓고 있는 시리즈는 그 가치 때문이 아니라 집요함 때문에 잊혀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 사람들이 [프린세스 브라이드]나 [행오버] 같은 영화들을 예로 들면요... 아니, 한국 사람들은 그 영화들을 잘 몰라요. [아바타]를 더 잘 안다고요.

[아바타: 물의 길]은 이 주장들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걸 증명하는 영화입니다. 다들 전작을 기억하고 있었고 뒤늦게 본 사람들도 전작을 재미있게 봤으며 별 무리 없이 속편에 뛰어들었죠.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그만큼 장사가 잘 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프랜차이즈 속편이 몇 년 늦었다고 과소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사례로 보면 되겠습니다.

이번 영화도 [아바타]만큼 재미있습니다. 3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이라 보고 난 뒤엔 엉덩이가 아프지만 보는 동안은 잘 몰라요. 페이스가 떨어지지도 않고 관객들의 집중력이 휘발되지도 않습니다.

이게 좀 재미있는 것이, 줄거리만 보면 이 영화는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도 않고 구조도 특별히 좋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악한 지구인들에 맞서 싸우는 '고결한 야만인'인 나비족 이야기지요. 단지 이번엔 바다 배경이 더 많이 나올 뿐이에요. 주인공은 옛날 수정주의 서부극 남자 주인공처럼 나비족의 편을 드는 지구인 남자고요.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 지나칠 정도로 지구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영화가 그리는 외계 행성이 여러 모로 납작해지기도 합니다. 깊이 있는 영화 같은 건 아니에요.

그러나 이 수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재미있고 상당히 시네마스럽기도 하니, 결국 이건 완성도를 측정하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습니다. 하긴 카메론은 늘 그랬어요. 수상쩍고 평면적인 각본으로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뽑았죠. 적어도 지금 제임스 카메론이 현대 최첨단 영화 기술을 갖고 몰입형의 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 최고의 거장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장점보다 단점에 대해 훨씬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지만 그래도 이 큰 장점은 남아있습니다. (22/12/31)

★★★☆

기타등등
전 될 수 있는 한 영화 보기 전에 사전정보를 줄이려 하기 때문에, 시고니 위버가 무슨 역으로 나왔는지 알아차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감독: James Cameron, 배우: Sam Worthington, Zoe Saldaña, Stephen Lang, Joel David Moore, CCH Pounder, Giovanni Ribisi, Dileep Rao, Matt Gerald, Sigourney, Kate Winslet, Cliff Curtis, Edie Falco

IMDb https://www.imdb.com/title/tt1630029/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74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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