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2011)

2011.02.16 00:16

DJUNA 조회 수:13513


차 안입니다. 고정된 카메라는 차 안에 있는 두 사람을 잡아요. 그리고 거기서부터 10분을 끄는 롱테이크가 이어집니다.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관객들은 그들이 부부이고, 지금 일본으로 출장가는 아내를 남편이 공항까지 태워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두 사람의 직업과 관련된 일상적이고 다소 나른한 대화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아내가 표정 하나 안 바꾸고 선언을 합니다. 다른 사람 때문에 그를 떠나겠다고요.


여기서부터 영화는 그들이 사는 파주의 전세집으로 옮겨갑니다. 아내는 떠날 준비를 하고 남편은 그런 아내를 위해 커피를 끓이고 짐을 정리해줍니다. 도대체 왜 아내가 떠나는지, 아내의 애인이 도대체 누구인지는 거의 언급하지 않아요. 그러는 동안 비는 쏟아지고, 다리가 끊기고, 이웃집 고양이가 들어와 집 어딘가로 사라집니다. 


원작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일본 단편 소설이더군요. 이노우에 아레노의 [돌아올 수 없는 고양이]라는 단편입니다. 벌써 연속 세 편이군요. 그 중 두 편은 짧은 시간 동안 이벤트처럼 만든 소품이니, 아무래도 이윤기는 이런 단편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작업하기 쉬운 모양입니다. 


일상성이 아주 강한 영화입니다. 한 세 시간 쯤 되는 시간을 절반 정도로 압축해 보여주는데, 그 대부분이 이사와 관련된 두 사람의 평범한 행동으로 채워져 있어요. 어떤 부분에서는 '바리스타 현빈', '임수정, 현빈과 함께 하는 파스타 만들기'라는 제목을 따로 붙여도 될 정도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런 행동들은 드라마를 끌어가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가 드라마인 겁니다. 이 점은 알고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이들의 행동이 얼마나 사실적인 걸까? 이런 상황에서 보통 사람들은 이 부부처럼 행동하지 않죠.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남편은 오래 전부터 아내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비밀이 아니었을 수도 있죠. 아내가 남편을 떠나는 건 영화가 보여주는 바로 그런 성격과 태도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들의 행동은 예외적으로 보이지만 이치가 안 맞는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단정짓기엔 설명되지 않은 빈 공간이 너무 많지요.


단지 이들의 행동이 여전히 연출되어 보인다는 말은 해야겠습니다. 이들은 영화 내내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자신이 얼마나 쿨한 사람들인지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아마 서로를 상대로 속내를 감추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을 제가 그렇게 받아들였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언제나 이윤기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대사와 대사처리의 희미한 어색함 때문에 그런 것이 의도와 상관없이 드러났던 것일 수도 있지요. 말 없고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두 사람만이 나오는 전반부에서는 상관이 없는데, 갑자기 고양이 주인이 방문하는 중반 이후에서는 그 어색함이 조금 튑니다. 


임수정과 현빈의 연기는 소위 '영화제용'과 거리가 멉니다. 감정 폭발이 전혀 없고 늘 자신을 차가운 외피 속에 가두고 있어요. 하지만 감독이 바로 그런 연기를 요구했던 것 같고, 가끔 거친 대사에 발목 잡힐 때를 제외하면 영화와 거의 완벽하게 어울립니다. 캐스팅도 그 정도면 맞춤이죠. 임수정은 지금까지 구축해온 조곤조곤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고 있어요.  현빈도 [만추] 때보다 여기서 훨씬 편해보이고요. (11/02/15)


★★★


기타등등

이윤기의 영화에는 늘 이전 영화의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수가 좀 많습니다. 카메오들이 주연배우들보다 더 많죠.


감독: 이윤기, 출연: 임수정, 현빈, 김지수, 하정우, 김혜옥, 다른 제목: Come Rain, Come Shine


IMDb http://www.imdb.com/title/tt183245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2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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