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머 TiMER (2009)

2011.02.23 11:40

DJUNA 조회 수:10007


잭 셰퍼의 [타이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제가 이해를 할 수 없는 기계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타이머'라는 심심한 이름으로 불리우는 이 기계는 손목에 영구적으로 삽입하는데, 착용자에게 소울메이트를 만날 날짜를 정확히 알려줍니다. 정확히 말하면 소울메이트를 만나는 날 00시 00분에 멈추고 소울메이트를 만나는 바로 그 순간에 알람이 울리죠. 물론 이 타이머가 작동하려면 양쪽 모두가 타이머를 착용하고 있어야 하지만요. 이게 과학적으로 가능할까요? 만약 가능하다면 시간여행도 가능하다는 뜻이겠지요. 


사업적인 면에서 이 기계는 더 괴상합니다. 왜 이 사람들은 타이머를 달고 다녀야 한다는 거죠? 타이머는 크고 못 생겼으며 떼어내면 흉터가 남습니다. 결정적으로 별 쓸모가 없어요. 특히 이미 소울메이트를 만날 날짜가 정해졌다면, 이미 소울메이트를 만났다면, 그 타이머는 무슨 소용이 있는 거죠? 알람 기능? 어차피 소울메이트라면 사람들은 알람 없이도 상대방을 알아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냥 평범한 데이트 서비스처럼 데이터베이스를 컴퓨터로 관리하며 업데이트 상황을 전화로 알려주면 안 되는 건가요?


더 믿을 수 없는 것은 사람에게 단 한 명의 소울메이트가 있다는 단정입니다. 이건 제가 아는 인간이라는 동물에 대한 지식과 어긋나요. 어떤 사람들은 여러 명과 진짜 사랑에 빠지고, 어떤 사람은 사랑이라는 것 자체에 관심이 없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 중간의 어느 쪽에 속해 있을 거고요. 평생 단 한 명의 소울메이트란 로맨스 작가의 판타지 이상은 아니죠.


사실 마지막은 트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잭 셰퍼(한글로 쓰면 남자이름 같지만 사실은 여자입니다. 잭은 재클린의 애칭인 걸까요)는 적어도 마지막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트집을 잡고 싶어하는 모양이니까요. 영화는 가장 기초적인 SF의 논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환상적인 테크놀로지에 바탕을 둔 상황을 설정해놓고 그것의 문제점을 따지는 거죠. 


이 목적을 위해 영화는 두 명의 주인공을 내세웁니다. 배다른 자매인 우나와 스테프요. 우나는 치열교정사이고, 스테프는 양로원 데스크에서 일하는 모양인데, 둘은 모두 타이머의 희생자입니다 우나의 타이머에는 아직 날짜가 찍혀 있지 않고, 스테프의 타이머에는 소울메이트를 만날 때까지 앞으로 10여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나오네요. 둘 다 서른을 앞둔 나이라 불안초조합니다. 그 때문에 우나는 만나는 남자마다 타이머를 달게 하고, 스테프는 의미있는 연애를 처음부터 포기하고 원나잇 스탠드를 반복하고 있어요. 


그러다 이들에게 각각 남자가 한 명씩 나타나는데, 우나의 남자는 소울 메이트를 만나기 전까지 넉 달 정도 남은 연하의 드러머 마이키이고, 스테프의 남자는 아직 타이머를 달지 않은 홀아비 댄입니다. 두 사람 다 기계가 정해준 '소울메이트'가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는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 결과 '소울메이트'를 정해준다는 기계의 설정에 대한 의문점들이 제시되고, 그런 상황에서 가능한 온갖 문제점들이 튀어나오죠. 그렇다고 영화가 타이머의 기능을 의심하고 있다는 건 아닙니다. 그 기계가 일단 정확하다고 보고, 그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 보는 거죠. 결국 모든 건 자유의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이 이야기를 위해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한 건 상식적이지만,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는 타협을 요구하는 장르죠. 그렇다고 [타이머]가 해피 엔딩을 위해 당위성을 희생하는 영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의 스토리 전개가 이 한계 속에서 말랑말랑해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질문들은 중요한 것이지만 답변은 가볍거나 은근슬쩍 건너뛰고 있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원래부터 무리한 설정에 지나친 엄격함을 요구하는 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었어요. 딱 이 정도 이야기가 한계였던 거죠. (11/02/23)


★★☆


기타등등

엠마 콜필드를 다시 보니 반갑군요. 더 반가운 건 [MSCL]에서 안젤라 아빠로 나왔던 톰 어윈. 


감독: Jac Schaeffer, 출연: Emma Caulfield, Michelle Borth, John Patrick Amedori, Desmond Harrington, JoBeth Williams, Bianca Brockl, Kali Rocha, Tom Irwin


IMDb http://www.imdb.com/title/tt1179794/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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