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고 Rango (2011)

2011.02.25 10:46

DJUNA 조회 수:10596


[랭고]의 이야기는 거의 모든 것이 기성품입니다. 배우를 꿈꾸는 애완용 카멜레온이 우연한 사고로 사막 고속도로에 떨어지는 도입부 이후 전개되는 모든 이야기는 이전 할리우드 영화들, 특히 서부극 장르에서 조각조각 가져와 엮은 것이죠. 몇몇 장면들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공식화되어 있고 (낯선 이방인이 서부 술집에 들어갔다가 총질에 말려든다는 에피소드의 기원을 따져서 무엇하겠습니까?) 몇몇은 원전이 된 영화가 너무 유명해서 영퀴를 내는 것도 민망할 정도입니다. 


영화는 물론 농담입니다. [랭고]는 허풍쟁이 카멜레온 랭고가 어쩌다보니 작은 사막 동물들이 사는 서부극 마을의 보안관이 되어 물을 독점하려는 악당들과 싸운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할 생각이 없어요. 모든 게 장르 농담이고 할리우드 농담인 겁니다. 특히 후자가 조금 강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할리우드 사람들이 자기네들끼리만 웃긴 농담을 하며 킬킬거리는 걸 보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다고 각본이 시시한 정도는 아니에요. 지나치게 익숙하고 중반의 체감 속도가 조금 느린 편이지만 프로페셔널합니다. 그리고 성인풍이고요. 특별히 고차원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어린이 관객들에 거의 신경을 안 쓰는 각본입니다. 


[랭고]라는 영화에서 신선함은 대부분 스토리 바깥에 위치하고 있습니다.이 영화는 말하는 동물이 나오는 CG 애니메이션이지만, 이 익숙한 장르에 속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요. 이미 할리우드 CG 애니메이션은 10여년의 역사를 통해 자기네들만의 스타일을 완성하지 않았습니까? [랭고]는 거기서 벗어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의인화된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로 보이지 않아요. 핵실험으로 지능을 갖게 된 돌연변이 동물들이 실사 영화 속을 뛰어다니는 것처럼 보이죠. 애니메이션 영화보다는 특수효과 영화의 느낌이 더 강하다고 할까요. 요새 CG 애니메이션 감수하는 데에 재미가 붙은 로저 디킨스가 이 영화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영화는 실사, 그것도 일급 촬영감독이 직접 사막에서 찍은 실사영화처럼 보입니다. 


모든 게 조금씩 오묘하게 어긋나 있는 영화입니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캐릭터는 선악이 그리 분명해 보이지 않고 (캐릭터 디자인으로 누가 주인공인지 구분하는 건 그냥 불가능합니다), 종종 얼음처럼 썰렁해지는 농담은 허탈한 웃음과는 약간 성격이 다르지만 구체적으로 정체가 뭔지는 알 수 없는 어색한 반응을 끌어내며, 종종 거의 예술하는 것처럼 보이는 초현실주의로 빠져들기도 합니다. 한없이 익숙하지만 뭔가 아닌 것 같은 영화. [랭고]는 대충 이렇게 정의될 수 있겠습니다. (11/02/25)


★★★


기타등등

배우들이 직접 스테이지에서 연기를 하며 녹음을 했고, 그걸 찍어서 애니메이션에 반영했다죠. 그 영상을 편집해 영화와 함께 보여줘도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몇몇 예고편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만.


감독: Gore Verbinski, 출연: Johnny Depp, Isla Fisher, Abigail Breslin, Ned Beatty, Alfred Molina, Bill Nighy, Harry Dean Stanton, Timothy Olyphant


IMDb http://www.imdb.com/title/tt1192628/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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