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The Fighter (2010)

2011.03.01 00:27

DJUNA 조회 수:12196


미키 워드는 미국의 주니어 웰터급 프로 권투선수입니다. WBU 챔피언이었고, 그 분야의 팬들에게는 아르투로 게티라는 선수와 붙었던 세 번의 게임으로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은퇴해서 고향인 메사추세츠 주의 로웰에서 체육관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이죠. 맨손으로 시작했다가 프로 권투선수로 나름 명성을 쌓았고 그 동안 돈도 꽤 벌었다고 하니까요. 이걸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영화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주어질까요? 데이빗 O. 러셀이 마크 왈버그가 미키 워드로 나오는 [파이터]라는 영화를 만들긴 했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에서 미키 워드는 주인공이긴 해요. 이 영화의 이야기는 모두 미키 워드의 인생과 경력을 중심으로 돌아가니까요. 영화는 잠시 권투를 쉬었던 그가 재기를 하면서 시작해서 챔피언이 되면서 끝납니다. 이 정도면 주인공이죠. 그렇죠?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미키 워드는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없는 인물이에요. 그는 그냥 자기 일에 열심이고 재능도 있는 남자입니다. 운이 좋았다면 조금 더 일찍 성공했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 뿐입니다. 만약 영화가 그만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엄청나게 지루했을 겁니다. 도대체 할 이야기가 없었을 테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의 주변에는 강렬한 개성의 조연들이 버티고 있습니다. 일단 매니저 일을 한다면서 그의 경력을 바닥까지 떨어뜨려 질질 끌고 다니는 엄마가 있습니다. 한 때 슈가 레이 레너드와 붙은 적도 있는 프로 권투선수였지만 지금은 마약 중독자인 형 디키 에클런드도 만만치 않은 캐릭터죠. 미키는 영화 초반에 술집 아가씨 샬린과 연애를 하는데, 이 아가씨도 성격이 상당해요. 이들이 함께 있을 때 미키는 화면에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모두가 미키와 스크린을 뜯어먹으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고 있으니까요. 보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구성은 재미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 규칙에서 벗어나 있잖아요. 주인공은 일종의 빈 공간, 또는 도구로서 존재하고, 주변 사람들이 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거죠. 영화 초반에 디키의 컴백을 찍는다고 따라다녔던 HBO팀이 정작 내놓은 작품이 로웰의 마약 중독자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는 것도 이 구성과 어울립니다. 전 영화 초반이 이미 존재하는 진짜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허구의 메이킹 필름처럼 보였던 것도 재미있었어요. 


당연히 이 영화는 전통적인 스포츠 영화의 흐름도 따르지 않습니다. 권투 경기는 정교하게 찍혔지만 어딘지 모르게 옛날 경기의 재방송처럼 보여요. 미키 워드가 이기건, 지건 서스펜스는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건 이미 고정된 역사이고, 사실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에요. 진짜 드라마, 그러니까 메사추세스의 아일랜드 노동자 계급 가족이 치고받는 막장 드라마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해요. 거의 기계장치의 신이죠. 


이러기 위해서는 결국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살려주는 배우들이 중요한데, [파이터]는 그 모두를 갖고 있습니다. 마크 왈버그가 투명할 정도로 중립적인 연기를 하고 있는 동안 멜리사 리오,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애덤스가 상대방과 왈버그를 때려잡는 격투기가 벌어지는 거죠. 이들의 연기 변신과 에너지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야기 자체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이 사람들은 미키 워드를 중심으로 단합하게 되고, 워드는 챔피언이 됩니다. 다른 결말이 나올 수가 없어요. 아무리 분위기가 험악해도 이런 이야기로 귀결된다는 걸 관객들은 압니다. 아마 허구였다면 너무 손쉬운 타협이라고 불평이 많았을 거예요.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정말로 일어났죠. 아무리 둔하고 멍청한 인간들이라고 해도, 눈 앞에 닥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갈등을 접고 한마음이 될 수 있단 말입니다. 극적으로는 재미가 덜 할 수 있어도, 그런 그들의 선택을 무시하면 안 되지요. (11/02/25)


★★★


기타등등

리오, 베일, 애덤스도 좋았지만 미키의 누나들로 캐스팅한 배우들은 도대체 어디서 데려왔는지!


감독: David O. Russell, 출연: Mark Wahlberg, Christian Bale, Amy Adams, Melissa Leo, Mickey O'Keefe, Jack McGee


IMDb http://www.imdb.com/title/tt0964517/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176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