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극장 (2010)

2011.03.05 23:55

DJUNA 조회 수:9190


[환상극장]은 2010년 전주 국제 영화제 [숏! 숏! 숏!]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영화와 영화관을 통해 느슨하게 연결되는 세 편의 단편영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두 영화관 또는 극장을 소재로 한 판타지/호러입니다. 각각 1000만원의 제작비로 사흘 동안 찍었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의 감독 이규만의 [허기]는 가면을 쓴 배우들이 공연하는 연극 무대에서 시작됩니다. 크레디트를 보니 이 연극은 [국가의 탄생 1/3]이라는 작품입니다. 무대에서는 너무 배가 고파 자신의 기억을 먹어버린 여자와 가족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걸 객석에서 바라보고 있는 남자는 정말로 자신의 기억을 먹어버린 모양입니다. 이 두 이야기는 마지막에 비교적 전통적인 결말에서 하나로 맺어집니다. 


[허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나치게 연극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 영화에 나온 연극이 정말로 [국가의 탄생 1/3]의 일부라면, 영화는 단순히 연극을 재료로 삼은 게 아니라 주제와 아이디어 전부를 연극에서 가져온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차라리 정통적인 각색이라면 인정하겠는데, 이 영화는 그보다 연극에 기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몇몇 인상적인 장면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아이디어들은 파편화되어 있고 자신의 힘으로 서지 못 합니다. 


[기차를 세워주세요]의 감독 한지혜는 [소고기를 좋아하세요?]에서 미노타우르스의 신화에 도전합니다. 정육점 아들인 태식은 채식주의자인데, 어느 날, 정체불명의 여성이 나타나 그에게 칼을 주면서 그가 최근 한국에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소머리 살인마를 죽일 수 있는 영웅이라고 말합니다. 한지혜는 보르헤스의 소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던데, 그 작품이 혹시 [아스테리온의 집]인 건지? 


무엇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건, 이 영화는 고전적인 반전이 있는 깜찍한 호러 이야기입니다. 단지 시대와 이야기와 소재가 묘하게 엇갈리는 느낌이 있죠. 현대 한국의 무대에서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가 연쇄살인의 장르를 입고 소위 '아트 하우스' 기질의 영화로 만들어졌으니까요. 이 아이디어는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못한 것 같고 (특히 순환구조를 이루는 결말이 그렇습니다), 재료를 이루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독특한 재미가 있습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봤던 건 [독]의 김태곤이 만든 [1,000만]입니다. 흥행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예술하는 호러 영화를 만들던 영화감독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감독들만 무참하게 죽이는 2인조 연쇄살인마의 협박을 받습니다. 감독은 이제 스스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작품을 무조건 대중에게 어필하는 재미있는 영화로 뜯어고쳐야 합니다. 


[1,000만]은 아이러니가 넘치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유머와 판타지, 호러 모두 풍부합니다. 그 때문에 가끔 꽝꽝 터지는 장면들도 있고, 업계 당사자의 절절한 자기 고백/투정도 들어 있습니다. 단지 예정된 결말까지 가는 길이 지나치게 단선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보다 넉넉한 러닝타임을 주었다면 더 이야기를 잘 풀 수 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시간과 돈이 조금씩 더 있었다면 좋았을 거고. 하긴 그건 앞의 다른 두 영화들도 마찬가지죠. 이 영화에서는 주어진 제약이 해결책보다 조금씩 무거워보입니다. (11/03/05)


★★☆


기타등등

[1,000만]의 꼬마 배우 김소연도 시사회에 왔는데, 선글래스를 벗으니까 참 예쁘더라고요.


감독: 이규만, 한지혜, 김태곤, 출연: 이현우, 김디에나, 김태훈, 추자현, 곽민석, 다른 제목: 극장에서, Short! Short! Short! 2010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Short_e__Short_e__Short_e__2010.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3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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